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오늘 저녁 주요기업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한 재계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기획된 자리였다. 간담회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 재계 측은 “일정이 공개되면서 허심탄회한 논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청와대 요청으로 일정을 비워뒀던 기업 경영자들로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회동을 계기로 ‘최순실 사태’ 이후 약 13개월 동안 끊어진 청와대와 재계 간 상시 소통 채널이 복원되리라는 기대를 걸었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한다.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재계의 뜻을 전할 수 있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회동은 의미가 다르다.

다만 청와대가 대기업과의 간담회를 적절한 시기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소통의 장은 마련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간담회 내용이다. 진솔한 대화의 장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기업으로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정책들이 쏟아졌다.

상당 부분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었고, 기업은 목소리 한 번 못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반성부터 하라”는 비판을 받은 뒤 재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 압박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5대그룹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자발적인 개혁에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고 질책했다. “재벌 혼내느라 (경제장관 회의에) 늦었다”고 말해 파문을 낳기도 했다.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협력을 요청하고 주문하는 대화라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 기업의 애로와 고충을 잘 듣고 건의하는 내용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생산적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