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0일 오후 5시10분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인수전에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베인캐피털,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 10여 곳이 뛰어들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이날 받은 예비입찰에 TPG, 베인캐피털 등 사모펀드(PEF)와 캐나다 및 중동의 국부펀드 등 해외 FI 5~6곳이 참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PEF 운용사 중에서도 4곳이 도전장을 던졌다.

매각 대상은 삼성물산(지분율 20.05%·약 852만 주)과 삼성SDI(4.05%·약 172만 주)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총 24.1%(약 1024만 주)다.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통째로 매각한 ‘삼성-한화 빅딜’ 당시 삼성 측이 한화 측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겨 놓은 잔여 지분이다.

한화종합화학 가치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수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에서 인수가가 결정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가 석유화학시장이 2021년까지 활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성장 전망도 밝다. 자회사인 한화토탈로부터 매년 받는 7000억~8000억원의 배당금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어 기업가치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상장이 안 되면 해당 지분을 해당 연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약 11배에 되사오겠다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도 삼성그룹에 부여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삼성 지분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이 권리를 모두 넘겨받는다.

다만 생산 제품이 테레프탈산(TPA)에 한정돼 있어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중국발(發) TPA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역내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TPA가 웬만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생산이 가능한 범용 제품인 만큼 중국을 비롯한 경쟁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면 언제든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