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락가락 해명에 '임종석 UAE 방문' 의혹만 증폭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목적에 대해 연일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야당에서는 UAE의 원전 건설 중단과 국교 단절 움직임 때문에 임 실장을 급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청와대의 오락가락 해명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원전을 이명박(MB) 정부에서 수주하고 난 다음에 그때까진 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관계가 소원해졌단 말도 있고 향후 수주도 있고, UAE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애초 임 실장의 중동 특사 방문이 아크·동명부대 등 현지에 파견된 우리 군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서 UAE 원전 문제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양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해결해야 할 시급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연내 해결할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UAE와의 관계를 풀기 위해 임 실장을 특사로 파견했다고 했다. ‘소원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문재인 정부 때문에 소원하단 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뭔가 소원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과 2015년 UAE를 두 차례 방문했다. 2014년에는 UAE 바라카 원전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했고, 2015년 방문 때는 무함마드 왕세제와 오찬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무함마드 왕세제가 “내 어머니도 박 대통령을 매우 존경하고 직접 뵙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UAE 측에서 임 실장 방문 전 서운함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는가’라는 질문에 “여러 쪽에서 들었다”고 답했다. ‘UAE가 전달한 서운함 중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것은 없었나’라는 물음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UAE 왕세제 면담에서 원전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확인하는 질문에는 “당연히 했겠죠”라고 말했다가 간담회가 끝난 뒤 출입기자단에 “원전 이야기를 ‘했겠죠’라고 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고, 원전 관련 발언은 없었음을 임 실장에게 재차 확인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