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정지상권·유치권은 경매의 함정… 꼼꼼히 권리분석해야"
“100년 전 지어진 무허가 미등기 건물이라도 땅과 건물의 소유주가 동일인이었다가 달라지면 최초 건물주에게 법이 지상권을 인정해줍니다. 법정지상권을 다툴 여지가 있는 물건이라면 민법과 관습법에 따라 어떻게 성립되는지 면밀히 분석해봐야 합니다.”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 효현의 김재권 대표변호사는 2000년부터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경매 관련 소송은 물론 입찰 대리까지 하고 있어 이론과 실전에 모두 밝다. 세무사·변리사·공인중개사·부동산컨설턴트·부동산자산관리사 등의 자격증도 갖춘 전문가다.

김 변호사는 “권리분석이 어려워 경쟁자는 적지만 리스크가 큰 물건을 낙찰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유치권과 법정지상권 등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등기 건물은 발품 팔아 증인 확보”

김 변호사는 지난 9월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깨트리는 법》(한국경제신문i)을 펴냈다. 부동산 경매에서 유치권과 함께 ‘함정 중의 함정’으로 꼽히는 게 법정지상권이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다가 매매나 경매 등 기타 사유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법률상 당연히 건물소유자를 위해 인정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이자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국내 법에서 토지와 건물을 각각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경우 건물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셈이 된다. 토지소유자가 철거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상당한 손실이 나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토지사용수익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전세권 설정자의 법정지상권 △저당권 실행에 의한 법정지상권 △가등기담보권 실행에 의한 법정지상권 △입목 법정지상권 등 네 가지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 관례에 의해 확인된 것으로는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과 분묘기지권이 있다. 김 변호사는 “경매로 나온 토지를 보면 도시에도 미등기 건물이 종종 있고 시골의 경우 무허가 건물이 섞여 있는 땅이 아주 많다”며 “토지와 건물을 다 낙찰받았는데 그 위에 법정지상권이 있는 미등기 건물이 있으면 철거할 수도 없고 사람이 살고 있으면 나가라고 할 수도 없어서 예상치 못한 함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면 건물에 따라 30년간 사용할 권리가 있다. 지상권 존속기간이 최대 30년이고, 단순한 목조주택도 15년간 사용하고 소유할 권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지상권이 걸려 있는 물건을 낙찰받은 토지소유주는 오랜 기간 부담을 안게 된다.

김 변호사는 “경매법원에서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가 있다고 공시한 물건이라면 권리분석을 꼼꼼히 해야 하는데 증명하기가 쉽진 않다”며 “오래된 무허가·미등기 건물이라면 누가 지었는지, 수도나 전기를 누가 언제 신설했는지 등을 주변 이웃에 수소문하는 등 발품을 팔아 알아보고 증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기 건물은 토지 소유자가 계속 바뀌어도 원래 신축한 사람이 소유주로 인정되는 게 판례다.

경매 함정 조심해야

관습법상 특수한 지상권으로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기지 부분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법정지상권은 기한이 있는 데 반해 분묘기지권은 영구히 존속되기 때문에 소유권 행사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분묘가 있는 임야를 사들였는데 이를 개발하기 위해 이장시키려고 하면 한 기당 최소 1000만~1억원까지 물어줘야 하는 ‘알박기’ 사례도 빈번하다”며 잘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경매 중에서도 유치권 전문가로 유명하다. 2011년 펴낸 《유치권 깨트리는 법 지키는 법》은 지금까지도 유치권 분야에선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유치권은 돈을 받을 때까지 남의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경매 초보들이 볼 때 유치권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유찰도 잦다. 이 때문에 유치권이 걸린 물건은 낙찰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하지만 경매로 나온 집에 걸린 유치권의 80% 정도는 가짜다. 김 변호사는 “공사유무, 점유시점 등 유치권 성립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조사하는 등 권리분석만 잘하면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경매 전문가들이 늘면서 강의도 많아졌고 경험담을 통해 경매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경매고수들조차 권리분석을 잘못해 대규모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철저히 공부하는 한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