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개 넘게 대회 출전한 상위랭커 없어
한국여자골프 "이제는 선수가 대회 골라 나가는 시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이 대부분 작년보다 출전 대회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금랭킹 20위 이내 가운데 작년보다 더 많은 대회를 뛴 선수는 허윤경(27)과 장하나(25), 그리고 박지영(21) 셋뿐이다.

허윤경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21경기밖에 뛰지 않았고 장하나는 작년까지 주 무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였다.

박지영도 지난해 27개 대회에 출전해 다른 선수보다 많지 않았다.

나머지 상위 랭커들은 적게는 1경기, 많게는 6경기까지 출전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6명이 30개 이상 대회를 뛰었지만, 올해는 30개 대회를 넘게 출전한 선수가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상금랭킹 60위 이내 선수 가운데 22명이 30개 이상 대회를 뛰었지만 올해는 하민송(21), 박채윤(22) 두명만 30개를 채웠다.

작년에 31개 대회를 뛴 김민선(22)은 올해 26차례 대회만 출전했다.

역시 지난해 31차례 대회를 치렀던 김지현(26)은 올해 29개 대회에 출전했다.

조정민(23)도 31개 대회에서 27개로 출전 대회가 줄었다.

지난해 31차례 대회를 뛴 지한솔(21)은 29개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30개 대회를 꽉 채웠던 배선우(23)는 올해 26개 대회만 뛰었다.

김자영(26)도 작년 29개에서 올해는 25개로 출전 대회가 감소했다.

장수연(23) 역시 28개 대회에서 25개로 출전 횟수가 적어졌다.

오지현(21)은 29개에서 24개로 무려 5개나 줄였다.

이승현(26)도 4개 대회나 줄었다.

올해 2년차 김지영(21)은 신인이던 작년에 28개 대회에 나왔지만 올해는 26개로 줄었다.

다만 상금왕과 대상을 휩쓴 이정은(21)은 지난해 28개 대회에서 올해 27개 대회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렇게 출전 대회가 줄어든 이유는 따져보면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다.

작년보다 해외 대회 출전이 많아진 선수는 아무래도 국내 대회 출전 횟수가 줄었다.

미국과 일본 원정을 자주 나선 김해림(28)은 국내에서는 작년보다 6개 대회를 덜 뛰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출전 대회 수를 줄였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KLPGA투어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KLPGA투어 사상 가장 많은 32개 대회가 열렸다.

2015년 28개에서 3개 대회가 더 늘었다.

해마다 거의 전 경기를 뛰던 관성에 따라 선수들은 지난해에도 한두 차례 대회만 빼고 모든 경기를 뛰다시피 했던 셈이다.

롯데 골프던 지유진 감독은 "KLPGA투어에서는 사실 대회를 골라 나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대회가 열리면 나가는 거로 알았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대회가 27개가 열렸다.

그러나 2013년에는 22개, 2012년에는 20개, 2011년엔 19개 대회가 열렸을 뿐이다.

작년과 올해에 시즌 막판에 피로를 호소하는 선수가 부쩍 늘어난 것은 이전에 없던 현상이다.

지 감독은 "작년에 연간 서른 개 안팎의 대회를 뛰어본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회 출전 일정을 짜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면서 "대회를 골라 나가는 현상이 나타난 건 올해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출전 대회 수 조절은 선수들의 위상 변화와도 맞물렸다.

정상급 선수들은 특정 대회 불참이 쉽지 않았던 게 KLPGA투어의 현실이었다.

"왜 하필이면 우리 대회에 빠지느냐"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의 압력에 몸이 아파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출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런 압력은 거의 사라졌다.

지난해 최고 스타 박성현(24)은 무려 8개 대회를 건너뛰었다.

노골적인 출전 압박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했다.

KLPGA투어 김남진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정상급 선수의 출전을 압박하는 일이 많았지만, 작년부터는 서운함을 내비치는 데 그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대회 출전 기회가 더 많아진 최상위 랭커들은 앞으로 국내 대회 출전 횟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선수들의 대회 출전 일정에 모든 대회가 다 들어가는 시대가 지나가면서 대회마다 상위 랭커를 끌어들이려는 경쟁도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