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집행유예형을 확정했다. 2015년 6월 대법원에 상고된 지 2년6개월여 만의 일이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첫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조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항로변경 혐의에 무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없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된 지상 이동 17m를 ‘항로’가 아니라 지상로라고 보고 “운항 중이던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린 것은 항로 변경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지상에서 다니는 길까지 항로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씨가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됐다.

조씨는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타고 있던 항공기를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구속기소됐다.

1심은 “공항 지상로가 항로에 해당한다”며 항로변경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길”이라며 무죄를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