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깬 무광택 컬러볼 100억원 넘게 팔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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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달러 수출탑' 받은 문경안 볼빅 회장
겉이 반짝이지 않는 '비비드', "품질 좋다" 입소문 타고 불티
1년 새 수출 여섯 배로 '껑충'… "나도 이렇게 잘 팔릴지 몰라"
문전박대 당하며 해외 영업, 바이어 찾아 80개국 돌기도
낱개로 파는 파격 마케팅 주효
내년 3000만달러 수출탑 목표
겉이 반짝이지 않는 '비비드', "품질 좋다" 입소문 타고 불티
1년 새 수출 여섯 배로 '껑충'… "나도 이렇게 잘 팔릴지 몰라"
문전박대 당하며 해외 영업, 바이어 찾아 80개국 돌기도
낱개로 파는 파격 마케팅 주효
내년 3000만달러 수출탑 목표
토종 골프공 브랜드 볼빅은 지난 5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무역의날 행사에서 ‘1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1000만달러 단위로 수출탑 시상을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17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300만불 수출탑’을 받았으니 1년 사이 수출 실적이 근 6배나 커졌다. 문경안 볼빅 회장(59)은 22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나 스스로도 이렇게 잘 팔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더 젊어진 듯했다. 혈색 좋은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일이 너무 재밌고 잘되니까 그렇게 보이나 봐요. 허허.”
수출 1등 공신은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다. 표면이 반짝이는 기존 공의 개념을 완전히 깬 역발상이 먹혔다. “거리가 많이 나고 내구성도 좋다”는 평이 시장을 한 바퀴 돌자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그는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을 24시간 돌리고도 모자라 중국에서 위탁생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을 대기 위해 제2공장도 앞당겨 완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어요. 해외 전시회를 참가해도 보이지 않는 구석 매대를 배정받기 일쑤였고, 바이어들은 공을 그냥 놔두고 가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80개국을 직접 찾아다녔다. 1년의 3분의 1이 해외 출장으로 채워졌다. 마일리지가 한 해에만 30만㎞씩 쌓였다. 조금씩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바이어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내친김에 지난해부터 볼빅 이름을 내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미국 본토에서 개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타 골퍼인 버바 왓슨(미국)과도 골프공 사용 계약을 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세 번이나 문전박대를 한 영국 바이어는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가방을 대신 들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180도 달라진 반응에 저도 깜짝 놀랐죠.”
이 영국 바이어는 판매금액의 10%를 볼빅에 브랜드 로열티로 주는 조건으로 유럽 총판권을 가져갔다. 품질이 좋다는 걸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업계 최초로 시도한 ‘원 볼(one ball) 마케팅’이다. 골프공은 대개 12개들이 한 박스(더즌) 단위로 판다. 이 관행을 깨고 1개씩 낱개로 판 것이다. 1개에 5달러씩 팔았는데도 진열하기가 무섭게 공이 팔려나갔다.
문 회장은 “색깔이 예쁘니까 호기심에서 관심을 보이다가도 가격 때문에 돌아서는 소비자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며 “그렇게 한두 개씩 사간 사람들이 3개들이 1슬리브를 사고, 다시 한 더즌을 구입하는 식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출물량이 늘 것으로 문 회장은 보고 있다. 목표가 3000만불 수출탑이다. 전체 매출은 올해(430억원)보다 50% 늘어난 650억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브랜드의 힘’이 봇물 터지듯 만개하기 시작한 만큼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엔 드라이버부터 골프티까지 모든 골프용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브랜드의 힘이 커진 덕에 초기에 30%나 차지하던 마케팅비 비중도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내년 이익을 100억원 정도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브랜드가 기술자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낀 적이 없어요. 부지런히 키워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어야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수출 1등 공신은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다. 표면이 반짝이는 기존 공의 개념을 완전히 깬 역발상이 먹혔다. “거리가 많이 나고 내구성도 좋다”는 평이 시장을 한 바퀴 돌자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그는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을 24시간 돌리고도 모자라 중국에서 위탁생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을 대기 위해 제2공장도 앞당겨 완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어요. 해외 전시회를 참가해도 보이지 않는 구석 매대를 배정받기 일쑤였고, 바이어들은 공을 그냥 놔두고 가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80개국을 직접 찾아다녔다. 1년의 3분의 1이 해외 출장으로 채워졌다. 마일리지가 한 해에만 30만㎞씩 쌓였다. 조금씩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바이어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내친김에 지난해부터 볼빅 이름을 내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미국 본토에서 개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타 골퍼인 버바 왓슨(미국)과도 골프공 사용 계약을 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세 번이나 문전박대를 한 영국 바이어는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가방을 대신 들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180도 달라진 반응에 저도 깜짝 놀랐죠.”
이 영국 바이어는 판매금액의 10%를 볼빅에 브랜드 로열티로 주는 조건으로 유럽 총판권을 가져갔다. 품질이 좋다는 걸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업계 최초로 시도한 ‘원 볼(one ball) 마케팅’이다. 골프공은 대개 12개들이 한 박스(더즌) 단위로 판다. 이 관행을 깨고 1개씩 낱개로 판 것이다. 1개에 5달러씩 팔았는데도 진열하기가 무섭게 공이 팔려나갔다.
문 회장은 “색깔이 예쁘니까 호기심에서 관심을 보이다가도 가격 때문에 돌아서는 소비자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며 “그렇게 한두 개씩 사간 사람들이 3개들이 1슬리브를 사고, 다시 한 더즌을 구입하는 식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출물량이 늘 것으로 문 회장은 보고 있다. 목표가 3000만불 수출탑이다. 전체 매출은 올해(430억원)보다 50% 늘어난 650억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브랜드의 힘’이 봇물 터지듯 만개하기 시작한 만큼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엔 드라이버부터 골프티까지 모든 골프용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브랜드의 힘이 커진 덕에 초기에 30%나 차지하던 마케팅비 비중도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내년 이익을 100억원 정도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브랜드가 기술자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낀 적이 없어요. 부지런히 키워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어야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