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공정무역 비판 목소리 커져
미국·일본도 시장경제국 인정 보류
중국 "유럽 기준 강요 말라" 반발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국과 주요국 간 통상분쟁이 갈수록 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U가 찾아낸 중국 견제 ‘묘수’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EU는 지난 20일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제품의 덤핑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무역규정을 발효했다.
새 규정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시장가격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한 국가에 반덤핑 규제를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점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동안은 WTO 협정에 근거해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대응해 왔지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에 가입했을 때 최초 15년간 타국에서 덤핑 판정 시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는 ‘비시장경제국가’로 분류됐다. 2016년 12월 이 기한이 만료되면서 ‘시장경제국가 지위(MES)’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EU, 미국, 일본은 중국에 대한 MES 부여를 거부하고 있다.
WTO 내에서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수출국의 국내 가격과 수출 가격을 비교해 덤핑 여부를 판단한다. 비시장경제국가로 남아 있으면 경제 수준이 비슷한 ‘대체국’의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 여부를 가린다. 비시장경제국가로선 시장경제국보다 반덤핑 관세율이 높게 부과돼 불리할 수밖에 없다.
◆첫 사례로 ‘중국 보고서’ 발표
EU는 중국을 비시장경제국가로 계속 취급하면 WTO 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비시장경제국가에만 반덤핑 조치를 쉽게 하는 기존 규정을 손질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았다.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수출품 가격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땐 비시장경제국가이거나 시장경제국가이거나 똑같이 비시장경제국가에 적용하는 규제를 취할 수 있도록 바꿨다.
중국이 WTO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얻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왜곡하면 비시장경제국과 같은 반덤핑 제재를 받도록 한 것이다.
새 규정은 가격에 ‘심각한 왜곡’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 국가나 산업 분야 관련 보고서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첫 사례로 중국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 정부가 토지와 자본 등의 자원 배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다양한 제품의 가격에 심각한 왜곡을 일으켰다”고 결론내렸다.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경제장관은 “(중국의) 덤핑 공세에 새 규정이 훌륭한 방어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 견제에 협력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11월 중순 WTO에 중국의 시장경제국지위 인정을 보류한다고 통지했다. 일본 정부 역시 중국의 시장경제국 인정을 보류한 채 덤핑에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중국 “사실 왜곡, WTO 규정 위반”
중국은 EU의 새 규정에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WTO 규정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EU가 일방적으로 만든 기준을 다른 국가에 강요하고 중국 기업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행보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오 대변인은 “EU 측이 무역 협력 추세와 ‘중국과 건전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각국 정상의 발언을 지켜가길 바란다”며 “중국은 WTO 체제 속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도 “WTO 규정에는 ‘가격 왜곡’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WTO의 새 수출가격 산정 방법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EU의 일방적 기준을 근거로 다른 나라를 판단하는 것은 WTO 법체계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