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빙상 여제' 이상화 덮친 슬럼프 …"날 일으켜 세운건 엄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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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엄마, 고마워요"... 빙상 여제 이상화가 말하는 '나의 엄마'
"그동안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어요. '그만두겠다'라고 말할 만큼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힘든 거 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죽기 살기로 해봐야 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빙상여제'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28)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이같이 말하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던 어머니 김인순 씨(58)는 "어릴 때부터 딸이 또래보다 월등히 뛰어난 소질을 보여 가능성을 그 누구보다도 믿어왔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50일가량 앞둔 이상화 선수는 이날 오후 훈련을 마치고 잠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상화 선수는 2013년 여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36초36)을 갈아치운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이다. 2004년 15세의 어린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2010 밴쿠버·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사춘기 시절이던 중학교 2학년 때와 대학교 1학년, 슬럼프가 찾아왔다. 오직 '스피드스케이팅'만 바라보며 달려왔지만 좀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중학교때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와서 한 달 정도 힘들었었는데 엄마가 일으켜 세워줬어요. 엄마가 옆에서 잡아준 덕분에 정신이 딱 들었습니다.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전진하는 성향이거든요."
"(김)대학교 때도 몸상태도 그렇고 기록도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둘이 같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참고 버티면 앞으로 더 좋은날이 있을 것이다'라면서 토닥여줬었죠."
국가 대표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케이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딸을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어머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 2개를 싸고, 딸을 태릉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가 다시 학교에 등교시켰다. 개인 일을 하면서도 오후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딸을 스케이트장에 데려다줬다. 때로는 냉철한 조언을 하면서, 때로는 묵묵하게 곁을 지켰다.
"(이)어떻게 보면 엄마가 정신적 지주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 하는 부분은 제 몫이긴 하지만…그래도 옆에서 조언해주는 말들을 들으면서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죠. 사소한 고민이라도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고 답을 줍니다. 엄마이지만 때로는 친구 같아요.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김)뒷바라지 하면서 상화가 잘하는 것을 보면 힘밖에 안났어요. 때론 하는 일이 밀려 밤늦게 마치고 다음날 일찍 도시락을 챙겨주러 일어나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웃음)"
어머니가 적극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어릴 때부터 이 씨의 재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교내 빙상 대회에 참가했지만 뜻밖에 2등으로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스케이트를 빌려서 참가한 빙상 대회에서 상을 탔는데 남다른 기질이 보였습니다. 잘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알고, 또래보다 월등히 잘했죠. 스케이트를 해보겠다고 조르고 졸라서 이듬해 본격적으로 시켰습니다."
주변에서 '딸보다는 아들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스케이트를 먼저 시작한 친오빠를 뒤로하고 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은 재능이 어머니 눈에 띄었다.
"(김) 그 당시에는 여자아이를 스케이트 선수로 키우는 게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어떻게 아들 말고 딸을 험한 운동을 시키냐'는 이야기도 듣곤 했지만 저는 상화가 아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는 남자 선수를 능가하기도 했어요. 자격을 갖췄는데 나이 제한 때문에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이) 엄마는 답이 정해지면 그대로 돌진합니다. 따른 길로 안 빠지는 반면, 저는 문제가 생기면 깊이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답을 풀기 위해 깊이 생각해 잠을 못 자기도 합니다. 엄마의 장점은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대표가 되면서 엄마와 붙어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하지만 해외 훈련을 나가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3~4번은 카카오톡 또는 영상통화를 하는 등 여전히 사이는 돈독하다. 주로 이씨가 어머니 아침 운동 시간에 맞춰 연락한다. 최근 이 씨는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께 전원주택과 아파트 한채를 마련해줬다.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이씨는 엄마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국 P&G로부터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하는 '땡큐맘'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참여하게 돼서 뜻깊어요. 특히 이번 땡큐맘 영상 찍을 때 의외로 '연기파' 엄마를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는 관중석에 서 있고, 나는 링크장에 있는 상황인데 진짜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에 들 정도였어요. 스텝도, 저도 놀랐습니다. 연기를 굉장히 잘했어요.(웃음)"
"(김) 연기가 아니었어요. 몸소 느꼈던 것을 표현한 것뿐입니다. 상황에 감정이 이입돼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요. 감동이었습니다. 언제 또 딸과 이런 것을 찍어보겠어요.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한편, 이 씨는 내년 2월 9일부터 시작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이)올림픽 앞두고 예민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부담이 적은 상태에요. 정점을 찍고, 이미 2개의 금메달이 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어요.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영상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그동안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어요. '그만두겠다'라고 말할 만큼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힘든 거 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죽기 살기로 해봐야 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빙상여제'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28)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이같이 말하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던 어머니 김인순 씨(58)는 "어릴 때부터 딸이 또래보다 월등히 뛰어난 소질을 보여 가능성을 그 누구보다도 믿어왔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50일가량 앞둔 이상화 선수는 이날 오후 훈련을 마치고 잠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상화 선수는 2013년 여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36초36)을 갈아치운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이다. 2004년 15세의 어린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2010 밴쿠버·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사춘기 시절이던 중학교 2학년 때와 대학교 1학년, 슬럼프가 찾아왔다. 오직 '스피드스케이팅'만 바라보며 달려왔지만 좀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중학교때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와서 한 달 정도 힘들었었는데 엄마가 일으켜 세워줬어요. 엄마가 옆에서 잡아준 덕분에 정신이 딱 들었습니다.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전진하는 성향이거든요."
"(김)대학교 때도 몸상태도 그렇고 기록도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둘이 같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참고 버티면 앞으로 더 좋은날이 있을 것이다'라면서 토닥여줬었죠."
국가 대표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케이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딸을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어머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 2개를 싸고, 딸을 태릉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가 다시 학교에 등교시켰다. 개인 일을 하면서도 오후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딸을 스케이트장에 데려다줬다. 때로는 냉철한 조언을 하면서, 때로는 묵묵하게 곁을 지켰다.
"(이)어떻게 보면 엄마가 정신적 지주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 하는 부분은 제 몫이긴 하지만…그래도 옆에서 조언해주는 말들을 들으면서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죠. 사소한 고민이라도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고 답을 줍니다. 엄마이지만 때로는 친구 같아요.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김)뒷바라지 하면서 상화가 잘하는 것을 보면 힘밖에 안났어요. 때론 하는 일이 밀려 밤늦게 마치고 다음날 일찍 도시락을 챙겨주러 일어나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웃음)"
어머니가 적극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어릴 때부터 이 씨의 재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교내 빙상 대회에 참가했지만 뜻밖에 2등으로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스케이트를 빌려서 참가한 빙상 대회에서 상을 탔는데 남다른 기질이 보였습니다. 잘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알고, 또래보다 월등히 잘했죠. 스케이트를 해보겠다고 조르고 졸라서 이듬해 본격적으로 시켰습니다."
주변에서 '딸보다는 아들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스케이트를 먼저 시작한 친오빠를 뒤로하고 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은 재능이 어머니 눈에 띄었다.
"(김) 그 당시에는 여자아이를 스케이트 선수로 키우는 게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어떻게 아들 말고 딸을 험한 운동을 시키냐'는 이야기도 듣곤 했지만 저는 상화가 아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는 남자 선수를 능가하기도 했어요. 자격을 갖췄는데 나이 제한 때문에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이) 엄마는 답이 정해지면 그대로 돌진합니다. 따른 길로 안 빠지는 반면, 저는 문제가 생기면 깊이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답을 풀기 위해 깊이 생각해 잠을 못 자기도 합니다. 엄마의 장점은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대표가 되면서 엄마와 붙어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하지만 해외 훈련을 나가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3~4번은 카카오톡 또는 영상통화를 하는 등 여전히 사이는 돈독하다. 주로 이씨가 어머니 아침 운동 시간에 맞춰 연락한다. 최근 이 씨는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께 전원주택과 아파트 한채를 마련해줬다.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이씨는 엄마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국 P&G로부터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하는 '땡큐맘'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참여하게 돼서 뜻깊어요. 특히 이번 땡큐맘 영상 찍을 때 의외로 '연기파' 엄마를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는 관중석에 서 있고, 나는 링크장에 있는 상황인데 진짜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에 들 정도였어요. 스텝도, 저도 놀랐습니다. 연기를 굉장히 잘했어요.(웃음)"
"(김) 연기가 아니었어요. 몸소 느꼈던 것을 표현한 것뿐입니다. 상황에 감정이 이입돼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요. 감동이었습니다. 언제 또 딸과 이런 것을 찍어보겠어요.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한편, 이 씨는 내년 2월 9일부터 시작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이)올림픽 앞두고 예민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부담이 적은 상태에요. 정점을 찍고, 이미 2개의 금메달이 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어요.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영상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