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권하 원광대병원 특성화연구센터장은 10여 년에 걸친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지난해 모바일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를 개발해 개인창업했다. 브라질 정부에서 공공의료 보급 프로젝트 사업에 납품을 고려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성과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던 두 개 과제가 모두 중단됐다.

해외진출 앞둔 모바일 CT, 투자 받았다고 정부 지원 끊겨
지난해 한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부채가 자본을 잠식하면 국가 과제가 중단되는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윤 센터장은 “오랫동안 연구해 성과를 내고 해외 진출까지 앞두고 있지만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국가 과제에서 탈락한 셈”이라고 했다.

2012년까지 연평균 8억원이었던 연구중심병원 기술이전 수입은 2013년 10개 대형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한 뒤 5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의료진은 규제를 완화하면 병원 창업과 연구 실용화를 더욱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은 연구하는 공간이자 진료하는 공간이다. 내부 의료진이 연구분야 업무에 치중하면 진료 수익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연구 활성화를 통해 사업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민수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은 “미국 의료진이 환자를 많이 보고 연구도 많이 한다고 하지만 하버드 의대는 국내 대학병원 연구인력의 네 배”라며 “이 같은 인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병원에서 많이 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경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내시경 기기를 개발했지만 우리 병원에서 쓰면 내부자 거래로 인식돼 사용하기 어렵다”며 “당뇨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지만 규제에 막혀 국내에서는 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