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의 공석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한 뒤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현재는 공수처법 처리에 집중할 시기”라며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은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특별감찰관은 수사 권한 등이 없기 때문에 제도 도입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공수처를 만들자고 하는 배경에는 그런 측면도 고려됐다”며 “공수처를 신설하려는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을 먼저 임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검찰 개혁 방안의 핵심인 공수처는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제2 사정기관’으로 비대한 검찰권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검사 25명으로 구성된 공수처 처장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후보자 1명을 선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당·청은 지난달 20일 당·정·청 회의를 열고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며 공수처 설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검찰 개혁을 빌미로 국민을 현혹해 좌파 전위대 검찰청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음모에 불과하다(홍준표 대표)”며 반대하고 있다.

당·청의 이 같은 ‘선(先)공수처·후(後)특별감찰관 문제 논의’ 방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 5월24일 “친인척 감찰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별감찰관 공석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별감찰관 자리는 이석수 전 초대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9월 사퇴한 이후 비어 있다.

조미현/배정철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