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국민의당은 27일부터 나흘간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 및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가 통합 찬성으로 나오면 양당 통합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 의원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당 규모에 따라 현재 국민의당(39석)과 바른정당(11석)을 합친 50석은 물론 국민의당 의석수에도 못 미치는 ‘뺄셈 합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 반대파, 투표 저지 총력

급물살 타는 '국민+바른정당'… 의석수 50석일까, 30석+α일까
국민의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과 관련한 안철수 당대표 재신임 전 당원 투표’를 공고하고 투표 준비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다음날인 31일 결과를 발표한다.

투표 결과는 안 대표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되면서 당내 지지 기반을 확인한 데다 당내 통합 반대파는 투표에 아예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 반대파는 당헌·당규상 의결정족수 3분의 1 미만은 원천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투표 저지에 나섰다. 유성엽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전 당원 투표 무효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투표 자체를 무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원이 정당 내 문제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전례가 많지 않아 반대파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쁜 투표 전화 여론조사는 끊어 달라”며 투표 거부를 독려했다. 박 전 대표는 “현역 의원 3분의 2가 반대하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안 된다”며 “정체성도 다른데 (바른정당의) 재정 비용까지 떠안으면서 함께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통합을 강행할 경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의원이 탈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고문은 지난 21일 미국에서 돌아와 “개혁적인 중도 통합을 해야 한다”며 “소임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추가 탈당도 변수

바른정당 의원 중 일부가 통합에 반대해 탈당할지 여부도 변수다. 유승민 대표를 비롯해 바른정당 의원 다수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찬성하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이 먼저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유 대표가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의 정체성은 보수”라며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국민의당과 통합하더라도 보수 정체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해 탈당 움직임을 단속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22일 논평에서 “바른정당에서 진정 ‘바른’ 분들은 유승민의 노예에서 빨리 탈출하라. 이제 샛문도 닫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복당을 촉구했다.

다만 탈당이 일어나더라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초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5~6명의 추가 탈당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 탈당설이 제기되는 의원은 한두 명 수준이다. 바른정당 한 중진 의원은 “유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이 많이 안정됐다”며 “크게 흔들리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기만/유승호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