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재홍 KOTRA 사장 "지구 22바퀴 돌며 수출 지원… 임기중 무역 1조달러 회복해 뿌듯"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재홍 KOTRA 사장(사진)은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를 회복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장기간 지속된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수출 현장을 뛰어다녔는데 최근 수출 성장세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3년간 사장으로 재임한 소회를 밝혔다.

KOTRA에 따르면 수출은 김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4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사상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김 사장은 수출 부진의 원인이 대외여건 악화와 한국 수출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수출 구조 개선에 힘썼다. 수출 중소기업을 10만 개로 늘린다는 ‘10만 양기론(養企論)’으로 수출 주체를 중소·중견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왔다. 품목(소비재·서비스), 시장(아세안·인도 등), 방식(전자상거래·정부 간 거래 등 새로운 무역채널)을 다변화하는 등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임기 동안 지구 22바퀴가 넘는 약 89만㎞를 돌아다니는 등 해외 현장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지역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한·쿠바 경제협력위원회’를 신설하고 6년 만에 일본 무역진흥기구 제트로(JETRO)와 정례협의회를 부활시키는 등 글로벌 공조의 틀을 마련했다.

올해 누적 수출은 11월까지 전년 대비 16.5% 증가했고, 무역 규모도 1조달러를 넘어섰다. 김 사장은 “과거 중요한 고비 때마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온 것처럼 최근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무역투자 인프라인 KOTRA의 시대적 책임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1983년 법제처 사무관으로 시작해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등을 지낸 김 사장은 35년의 공직생활 소회를 담은 저서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를 펴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지 않고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새를 타고 먼 길을 날아감)의 시각으로 ‘더 크게 더 멀리’ 보고자 한 인생관과 경영철학을 설명하면서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 의지 등을 회고록 형식으로 담았다. 한국 수출의 미래상으로는 해당국의 산업발전, 소득증대 등에 기여하는 상생 중심의 지속가능한 무역성장 모델인 ‘메이크 위드(Make with)’를 제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