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이솔라 "6년 '밑바닥 골프' 이젠 안녕~'유리멘탈' 벗어나 훨훨 날아야죠"
이솔라 프로(27·유진케미칼·사진)는 ‘태권왕’이 꿈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재능을 꽃피우는 듯했다. 전국대회 은메달도 따냈다. “키가 엄청 큰 친구가 있었는데, 계속 그 친구 벽에 막혀 금메달을 못 따겠더라고요.”

종목 전향을 꾀했다. 2인자가 아니라 1인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 있었던 달리기에 도전했다. 훈련을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도 뛰었다 하면 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고가 은메달이었다. 6학년 때 골프로 전향했다. 또 다른 가시밭길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상한 교습가’의 꾐에 잘못 걸려들었던 것이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된대요. 1년 후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갈 수 있고, 드라이버 300m는 거뜬히 때릴 수 있다는 약속만 믿었는데….”

1년간 풀스윙은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고무티만 때리는 단순 훈련을 반복했다. ‘꿈’이 실현될 거라 믿었지만 실력은 거꾸로 가기만 했다. “뭔가 잘못된 걸 늦게 깨달았죠. 그때 정말 독하게 골프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친구들보다 시작은 한참 늦었지만 프로도 금방 따냈고, 정회원도 어렵지 않게 됐죠.”

‘오기 골프’가 지나쳤던 탓일까. 천신만고 끝에 따낸 1부 투어 시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9년간 여섯 번이나 2부 투어행 짐을 싸야 했다.

“2인자 징크스가 굳어버리는 것 같아 늘 불안했어요. 조금만 샷이 이상해지면 조바심이 생겨 한꺼번에 무너지더라고요. 뒷심이 부족하다는 게 딱 나였어요.”

변화의 실마리를 찾은 게 지난해 동계 전지훈련 때였다. 평소 스윙을 지켜봤던 남자 ‘톱 클래스’ 투어 프로들의 베트남 전지 훈련캠프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배운 건 기술이 아니었다. “열린 골프라고 해야 하나? 오비가 나도 ‘음 오비가 났군!’하면서 씩 웃고 마는 거예요. 나 같았으면 가슴이 무너졌을 텐데, 그걸 툭 던져버리고 다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죠.”

일본에서 뛰던 한 프로는 그에게 책 읽기를 권했다. 골프와는 관련 없는 인문학책이었다. 왜 골프를 해야 하는지가 점점 명확해지기 시작할 무렵, 신기한 경험을 했다. 지금까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물’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대회장에 그렇게 많은 꽃이 피어있었다는 걸 여태까지 몰랐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각 대신 평정심이 생기자 성적이 달라졌다. 올해 그는 2부 투어에서 우승과 준우승 한 번씩을 일구는 등 ‘톱10’에 열 번 진입했다. 틈틈이 출전한 중국 투어(CLPGA)에선 올 시즌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덕분에 국내 1부 투어 복귀는 물론 내년 5월에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출전권까지 따냈다.

“내년은 내 골프 인생의 마지막 1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회 없이 즐겨보자.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는 ‘행복한 골프’가 내년 내가 도전하고 싶은 가장 큰 목표예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