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선물입니다"… 절도범 딱한 사정에 합의금 돌려준 피해자

제천 화재 등으로 우울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절도 피해자가 물건을 훔친 노인을 용서하고 합의금을 되돌려준 미담이 전해졌다.

광주 북구 용봉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52)는 지난 23일 주차장에 보관해둔 에어컨 실외기를 노인 B씨(84)가 가져가려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인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그는 경찰에 “버려진 실외기인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50대 딸과 사는 B씨는 고물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고 있었다. 그의 딸은 아버지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사리 합의금으로 50만원을 마련해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피해자를 찾아갔다. 하지만 커피숍 업주는 딸이 건넨 합의금 50만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피해자의 용서로 모처럼 따뜻한 성탄절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