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조 R&D 투자하는 일라이 릴리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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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사바 후세인 외부 혁신 연구소 협력 담당 부사장 인터뷰
자사의 신약개발 웹기반 플랫폼 'OIDD' 전세계 바이오벤처, 연구소와 공유
웹에 접속해 화합물 분석, 디자인, 가상 합성 등 모의실험으로 신약 개발 지원
지적재산의 소유권은 연구자와 연구기관에게, 릴리는 추후 우선협상권 획득
"한국 연구동향 예의주시‥신경퇴행성 질환에서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싶다"
자사의 신약개발 웹기반 플랫폼 'OIDD' 전세계 바이오벤처, 연구소와 공유
웹에 접속해 화합물 분석, 디자인, 가상 합성 등 모의실험으로 신약 개발 지원
지적재산의 소유권은 연구자와 연구기관에게, 릴리는 추후 우선협상권 획득
"한국 연구동향 예의주시‥신경퇴행성 질환에서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싶다"
일라이 릴리는 작년에만 약 172억 달러(약 18조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중 연구개발(R&D)에 49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매출의 약 30%에 이른다. 매출 순위는 전세계 제약사 중 15위지만 R&D 투자 순위는 8위다.
이 회사에서 R&D의 핵심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담당하는 두 명의 임직원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일 릴리와 서울시와 공동 주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위드 릴리’에서 개방형 혁신 신약 개발(Open Innovation Drug Discovery, 이하 OIDD)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사바 후세인(Saba Husain·사진 오른쪽) 일라이 릴리 외부 혁신 연구소 협력 담당 부사장과 마리아 알빔 개스톤(Maria Alvim-Gaston) 외부 혁신 및 리드 제너레이션 수석 연구원을 만나 릴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위드 릴리' 세미나에서 어떤 컨텐츠가 소개됐는지 궁금하다.
사바 = "릴리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그동안 구축해온 자사의 역량과 파트너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릴리는 외부와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위한 기반(프레임 워크)을 다지는 등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마리아 = "한국의 바이오벤처 및 제약회사, 연구기관, 학계 등이 활용할 수 있는 릴리의 개방형 혁신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했다. 아울러, 릴리 협력 플랫폼을 통한 파트너십 및 참여방안 등을 공유했다."
- 국내 제약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협업 사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사바 = "릴리는 외부 협력 및 개방형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서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릴리가 처음 인슐린을 개발해 생산한 것도 토론토 대학과 협력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과학 부문에 있어서 인재들이 많고 정부에서 기술과 혁신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요소는 환자를 위한 우수한 과학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의 기폭제라고 생각한다.
릴리는 서울 바이오 허브 사례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 가능성을 추구해왔다.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 경제 및 과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릴리는 한국의 우수한 과학적 인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구체적인 사례로 2015년 한미약품과 협력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릴리는 2015년 3월 한미약품의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을 약 8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협력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대외협력 분야에서 있어 릴리가 제약업계의 선두주자 임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선진 환경을 구축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 한국 기업이 OIDD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사바 = "OIDD 프로그램은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하다. 화합물 자체를 보내거나 합성해볼 수 있으며 화합물을 웹 기반 전산 설계 툴을 활용해 평가할 수 있다. 가설을 제시할 경우, 릴리가 개발한 물질을 바탕으로 실험해보는 등 협력을 통해서 과학을 한 걸음 진보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지속하는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마리아 = "OIDD 프로그램은 초기 약물 개발 프로그램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높여가는 동시에 과학적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도 지속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OIDD 프로그램에 누구나 참여 가능한가? 특정 프로세스를 거쳐야하는지 궁금하다.
사바 =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가능하다. 참여 대상은 대학, 학회, 기관 단체 소속이다. 릴리와 단체간 화합물이 전달되기 때문에 MTA(Material Transfer Agreement)라 불리는 동의서가 체결 후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학계, 연구기관, 비이오텍 등의 연구기관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 아이디어가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릴리가 지원하는 플랫폼이 OIDD다."
마리아 = "OIDD 프로그램은 다운로드가 아닌 웹기반 플랫폼이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openinnovation.lill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관 단위로 OIDD 연구 계정을 만들고 소속 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릴리의 OIDD 진행 과정은 디자인(Design), 스크리닝(Screening), 화합물 습득(Compound acquisition), 합성(Synthesis) 4가지로 분류된다.
디자인 과정에서 릴리는 연구자들이 인 실리코(컴퓨터 모의 실험을 이용해 생명현상을 연구하거나 의약품을 설계하는 기술) 컴퓨팅 툴을 통해 분자(molecule)를 디자인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자들은 툴을 활용해 바람직한 약제 특성을 지닌, 구체적이고 적합한 생물학적 목적을 가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해당 과정은 모두 비공개 상태로 진행되며, 연구자의 아이디어는 연구자의 사전 동의 없이 릴리 관계자 및 시스템에 공개되지 않는다.
스크리닝 과정에서는 오랜 기간 축적한 치료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체외 스크리닝 모듈 개발을 지원한다. 외부 연구자들의 화합물을 분석하고, 특성화를 규명하는 연구 과정에 릴리의 실제적인 역량이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지적 재산권은 연구자 본인에게 있다.
릴리의 화합물 습득 프로그램은 OIDD를 통해 등록된 화합물의 흥미로운 정보들을 취합한다. 이를 통해 릴리는 기존 화합물 콜렉션에 구조적인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외부 연구자들은 릴리의 화합물 콜렉션의 확장을 돕는 이 연구 단계를 통해 실제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합성 과정을 통해 외부 연구자들은 릴리의 자동 합성 실험실에서 원격으로 화합물을 개발할 수 있다.
이밖에 릴리는 소외된 열대성 질환 관련 비영리 연구소를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만약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관이 특정 화합물 구성 요소에 관심을 보인다면, 해당 기관과 직접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 OIDD 프로그램이 경쟁사들에게도 열려있는가? 후보 물질 신약개발 등 노하우가 노출될 위험이 있을텐데.
사바 = "OIDD 프로그램은 동일한 규모의 제약사, 경쟁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OIDD프로그램은 일부 기술, 과학적 구성요소를 갖고 있으나 전체 풀패키지를 보유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바이오테크 기업은 기술을 개발할만한 자금 펀딩 역량이 부족하다. 소규모 제약사, 바이오테크 기업, 학계, 연구소 파트너들이 가설을 검증하고 퍼블리시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혁신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미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 노바티스, 화이자 등 경쟁사들도 국내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릴리만의 차별점 혹은 경쟁력은 무엇인가?
사바 = "파트너가 먼저 접근한다는 것, 즉 참여를 원하는 파트너들이 직접 릴리를 선택해 협력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참여를 원한다면 프로그램 합의서를 작성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 진행이 가능하다.
또 실시간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다. 정보, 과학 데이터가 생성되면 1~2년간 지연되지 않고 웹기반 플랫폼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만약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정해서 다음 단계로 프로젝트를 진척시킬 수 있다. 앞서 OIDD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크리닝을 예를 들자면 제출자는 자신의 물질 구조를 볼 수 있으나 릴리는 해당 구조를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제출자는 생성된 데이터를 보고 변경 혹은 조정해서 실시간으로 과학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마리아 =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지적재산권 보호다. 지적재산의 소유권은 제출자, 제출기관에 있다. 릴리가 얻는 혜택은 추후 우선협상권을 갖는 것이다. 릴리는 화학정보학 분석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제공하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전산 툴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적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아이디어 제출자와 제출기관에 있다.
연구자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약정서, 계약서 등 법적 문서가 간소하다. 서명 혹은 협상 등 법무적인 시간 소요가 적고 바로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과학적인 결과물이 도출되고 다음 단계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지적재산권 교환 혹은 교류가 발생한다면 별도 법적 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초기 단계의 약물 개발에서는 간단한 프로세스만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 실제로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상용화를 앞둔 신약 파이프라인 있는가?
사바 = "OIDD는 초기 단계의 약물 개발에 이용되는 프로그램으로 화합물 테스트와 가설을 검증하는 단계다. 이후 가설 형성/검증, 물질 테스트, 인체 용량시험까지 이어지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물질의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초기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약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자물질에 대한 데이터 구축을 통해 유망 후보물질 개발, 상용화 단계까지 가치가 지속 증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으로 전임상까지 간 사례는?
사바 = "OIDD의 초기 개발 단계도 전임상 단계에 해당된다. 릴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영역(당뇨, 면역 항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도 이에 포함된다. 전임상 단계 연구는 리스크가 높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전함으로써 혁신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적인 혁신을 유도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 OIDD에 참가 중인 파트너가 있는가?
사바 = "현재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한국에서 첫번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바이오기업,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눈여겨 보고 있는 국내 파트너가 있는가?
사바 = "릴리 내부에는 신흥시장의 바이오 기술 동향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릴리 인터내셔널 사업부가 존재한다. 릴리 인터내셔널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바이오 산업과 학계의 연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릴리의 사업모델에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포함되어있다. 릴리의 가장 중요한 치료 영역 중 하나인 신경퇴행성 질환 같은 경우, 기회가 있다면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싶다." - 한국 외에 아시아 지역에서 OIDD를 통한 성공 사례가 있다면?
사바 =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OIDD 참여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주요 관심분야의 질환 뿐만 아니라 소외질환, 열대성 질환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결핵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다수 중국의 참여자들이 OIDD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OIDD에 참여 중인 특정 기관과 정보는 기밀 유지사항이라 참여자 본인의 논문 게재나 보도자료 공개가 아니라면 릴리가 공개할 수 없다. 다만 OIDD 웹사이트에 OIDD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국가와 기관, 기관별 참가자 수 등 공개자료가 있다."
OIDD에는 현재까지 34개국 453개 연구 기관의 856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계는 71%,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 19%, 연구기관 10% 정도이며 현재 5만5000개의 실제 샘플을 전달받았고, 현재 스크리닝에 사용할 수 있는 3500개다.
-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의 기준이 무엇인가?
사바 = "3-5개로 구성된 질문지를 통해 평가한다. 주로 사업 규모 관련 질문들이다.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이나 대기업 자회사로서 설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 릴리는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가?
사바 = "빅데이터 정의는 방대하다. 광범위한 관점에서 본다면 빅데이터가 구축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데이터의 소유권은 연구자나 아이디어 제출자에게 있다. 릴리는 높은 수준의 정보만 접근 가능하며, 구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은 해당 과학자나 아이디어 제출자에게 귀속된다. 이후, 논문 게재나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참여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릴리가 해당 데이터를 상용화 한다거나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OIDD를 통해 릴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사바 =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좋은 과학이 있는 곳에 널리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 중 하나다. OIDD 프로그램에 제출된 물질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평가하는 스크리닝의 경우, 해당 과학자가 제출한 물질의 화학구조물을 볼 수 없다. 다만 릴리 자체 라이브러리를 통해 해당 물질의 중복여부는 확인 가능하다.
신규과학인 이머징 바이올로지(Emerging Biology) 섹션을 통해 연구자들이 직접 가설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잠재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OIDD 프로그램은 릴리의 자산과 역량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대외 협력 구축이 가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진척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 한국의 제약/바이오 업계나 정부 등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사바 =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과학 투자, 자금 마련 등을 통해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릴리는 연구개발에 적합한 생태계가 내부 혁신만으로 조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외 파트너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부, 기업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찾아나가고 좋은 과학적 결과물이 있다면 이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
R&D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릴리는 다양한 질환 분야에서 계열 최초(first in class) 및 가장 좋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는 막대한 R&D 비용의 투자를 요하기때문에 공정한 약가를 통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제약 기업들이 R&D 재투자에 나설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짐으로써 환자를 위해 더 좋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 기업에게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정부나 기업이 이에 대해 적절히 보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 있으면 궁극적으로 환자들도 더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 적절한 가치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통해 연구개발이 장려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제약업계에도 더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이 회사에서 R&D의 핵심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담당하는 두 명의 임직원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일 릴리와 서울시와 공동 주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위드 릴리’에서 개방형 혁신 신약 개발(Open Innovation Drug Discovery, 이하 OIDD)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사바 후세인(Saba Husain·사진 오른쪽) 일라이 릴리 외부 혁신 연구소 협력 담당 부사장과 마리아 알빔 개스톤(Maria Alvim-Gaston) 외부 혁신 및 리드 제너레이션 수석 연구원을 만나 릴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위드 릴리' 세미나에서 어떤 컨텐츠가 소개됐는지 궁금하다.
사바 = "릴리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그동안 구축해온 자사의 역량과 파트너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릴리는 외부와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위한 기반(프레임 워크)을 다지는 등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마리아 = "한국의 바이오벤처 및 제약회사, 연구기관, 학계 등이 활용할 수 있는 릴리의 개방형 혁신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했다. 아울러, 릴리 협력 플랫폼을 통한 파트너십 및 참여방안 등을 공유했다."
- 국내 제약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협업 사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사바 = "릴리는 외부 협력 및 개방형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서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릴리가 처음 인슐린을 개발해 생산한 것도 토론토 대학과 협력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과학 부문에 있어서 인재들이 많고 정부에서 기술과 혁신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요소는 환자를 위한 우수한 과학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의 기폭제라고 생각한다.
릴리는 서울 바이오 허브 사례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 가능성을 추구해왔다.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 경제 및 과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릴리는 한국의 우수한 과학적 인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구체적인 사례로 2015년 한미약품과 협력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릴리는 2015년 3월 한미약품의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을 약 8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협력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대외협력 분야에서 있어 릴리가 제약업계의 선두주자 임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선진 환경을 구축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 한국 기업이 OIDD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사바 = "OIDD 프로그램은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하다. 화합물 자체를 보내거나 합성해볼 수 있으며 화합물을 웹 기반 전산 설계 툴을 활용해 평가할 수 있다. 가설을 제시할 경우, 릴리가 개발한 물질을 바탕으로 실험해보는 등 협력을 통해서 과학을 한 걸음 진보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지속하는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마리아 = "OIDD 프로그램은 초기 약물 개발 프로그램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높여가는 동시에 과학적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도 지속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OIDD 프로그램에 누구나 참여 가능한가? 특정 프로세스를 거쳐야하는지 궁금하다.
사바 =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가능하다. 참여 대상은 대학, 학회, 기관 단체 소속이다. 릴리와 단체간 화합물이 전달되기 때문에 MTA(Material Transfer Agreement)라 불리는 동의서가 체결 후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학계, 연구기관, 비이오텍 등의 연구기관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 아이디어가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릴리가 지원하는 플랫폼이 OIDD다."
마리아 = "OIDD 프로그램은 다운로드가 아닌 웹기반 플랫폼이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openinnovation.lill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관 단위로 OIDD 연구 계정을 만들고 소속 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릴리의 OIDD 진행 과정은 디자인(Design), 스크리닝(Screening), 화합물 습득(Compound acquisition), 합성(Synthesis) 4가지로 분류된다.
디자인 과정에서 릴리는 연구자들이 인 실리코(컴퓨터 모의 실험을 이용해 생명현상을 연구하거나 의약품을 설계하는 기술) 컴퓨팅 툴을 통해 분자(molecule)를 디자인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자들은 툴을 활용해 바람직한 약제 특성을 지닌, 구체적이고 적합한 생물학적 목적을 가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해당 과정은 모두 비공개 상태로 진행되며, 연구자의 아이디어는 연구자의 사전 동의 없이 릴리 관계자 및 시스템에 공개되지 않는다.
스크리닝 과정에서는 오랜 기간 축적한 치료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체외 스크리닝 모듈 개발을 지원한다. 외부 연구자들의 화합물을 분석하고, 특성화를 규명하는 연구 과정에 릴리의 실제적인 역량이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지적 재산권은 연구자 본인에게 있다.
릴리의 화합물 습득 프로그램은 OIDD를 통해 등록된 화합물의 흥미로운 정보들을 취합한다. 이를 통해 릴리는 기존 화합물 콜렉션에 구조적인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외부 연구자들은 릴리의 화합물 콜렉션의 확장을 돕는 이 연구 단계를 통해 실제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합성 과정을 통해 외부 연구자들은 릴리의 자동 합성 실험실에서 원격으로 화합물을 개발할 수 있다.
이밖에 릴리는 소외된 열대성 질환 관련 비영리 연구소를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만약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관이 특정 화합물 구성 요소에 관심을 보인다면, 해당 기관과 직접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 OIDD 프로그램이 경쟁사들에게도 열려있는가? 후보 물질 신약개발 등 노하우가 노출될 위험이 있을텐데.
사바 = "OIDD 프로그램은 동일한 규모의 제약사, 경쟁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OIDD프로그램은 일부 기술, 과학적 구성요소를 갖고 있으나 전체 풀패키지를 보유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바이오테크 기업은 기술을 개발할만한 자금 펀딩 역량이 부족하다. 소규모 제약사, 바이오테크 기업, 학계, 연구소 파트너들이 가설을 검증하고 퍼블리시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혁신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미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 노바티스, 화이자 등 경쟁사들도 국내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릴리만의 차별점 혹은 경쟁력은 무엇인가?
사바 = "파트너가 먼저 접근한다는 것, 즉 참여를 원하는 파트너들이 직접 릴리를 선택해 협력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참여를 원한다면 프로그램 합의서를 작성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 진행이 가능하다.
또 실시간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다. 정보, 과학 데이터가 생성되면 1~2년간 지연되지 않고 웹기반 플랫폼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만약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정해서 다음 단계로 프로젝트를 진척시킬 수 있다. 앞서 OIDD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크리닝을 예를 들자면 제출자는 자신의 물질 구조를 볼 수 있으나 릴리는 해당 구조를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제출자는 생성된 데이터를 보고 변경 혹은 조정해서 실시간으로 과학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마리아 =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지적재산권 보호다. 지적재산의 소유권은 제출자, 제출기관에 있다. 릴리가 얻는 혜택은 추후 우선협상권을 갖는 것이다. 릴리는 화학정보학 분석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제공하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전산 툴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적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아이디어 제출자와 제출기관에 있다.
연구자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약정서, 계약서 등 법적 문서가 간소하다. 서명 혹은 협상 등 법무적인 시간 소요가 적고 바로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과학적인 결과물이 도출되고 다음 단계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지적재산권 교환 혹은 교류가 발생한다면 별도 법적 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초기 단계의 약물 개발에서는 간단한 프로세스만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 실제로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상용화를 앞둔 신약 파이프라인 있는가?
사바 = "OIDD는 초기 단계의 약물 개발에 이용되는 프로그램으로 화합물 테스트와 가설을 검증하는 단계다. 이후 가설 형성/검증, 물질 테스트, 인체 용량시험까지 이어지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물질의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초기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약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자물질에 대한 데이터 구축을 통해 유망 후보물질 개발, 상용화 단계까지 가치가 지속 증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으로 전임상까지 간 사례는?
사바 = "OIDD의 초기 개발 단계도 전임상 단계에 해당된다. 릴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영역(당뇨, 면역 항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도 이에 포함된다. 전임상 단계 연구는 리스크가 높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전함으로써 혁신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적인 혁신을 유도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 OIDD에 참가 중인 파트너가 있는가?
사바 = "현재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한국에서 첫번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바이오기업,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눈여겨 보고 있는 국내 파트너가 있는가?
사바 = "릴리 내부에는 신흥시장의 바이오 기술 동향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릴리 인터내셔널 사업부가 존재한다. 릴리 인터내셔널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바이오 산업과 학계의 연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릴리의 사업모델에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포함되어있다. 릴리의 가장 중요한 치료 영역 중 하나인 신경퇴행성 질환 같은 경우, 기회가 있다면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싶다." - 한국 외에 아시아 지역에서 OIDD를 통한 성공 사례가 있다면?
사바 =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OIDD 참여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주요 관심분야의 질환 뿐만 아니라 소외질환, 열대성 질환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결핵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다수 중국의 참여자들이 OIDD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OIDD에 참여 중인 특정 기관과 정보는 기밀 유지사항이라 참여자 본인의 논문 게재나 보도자료 공개가 아니라면 릴리가 공개할 수 없다. 다만 OIDD 웹사이트에 OIDD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국가와 기관, 기관별 참가자 수 등 공개자료가 있다."
OIDD에는 현재까지 34개국 453개 연구 기관의 856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계는 71%,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 19%, 연구기관 10% 정도이며 현재 5만5000개의 실제 샘플을 전달받았고, 현재 스크리닝에 사용할 수 있는 3500개다.
-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의 기준이 무엇인가?
사바 = "3-5개로 구성된 질문지를 통해 평가한다. 주로 사업 규모 관련 질문들이다.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이나 대기업 자회사로서 설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 릴리는 OIDD 프로그램을 통해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가?
사바 = "빅데이터 정의는 방대하다. 광범위한 관점에서 본다면 빅데이터가 구축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데이터의 소유권은 연구자나 아이디어 제출자에게 있다. 릴리는 높은 수준의 정보만 접근 가능하며, 구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은 해당 과학자나 아이디어 제출자에게 귀속된다. 이후, 논문 게재나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참여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릴리가 해당 데이터를 상용화 한다거나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OIDD를 통해 릴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사바 =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좋은 과학이 있는 곳에 널리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 중 하나다. OIDD 프로그램에 제출된 물질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평가하는 스크리닝의 경우, 해당 과학자가 제출한 물질의 화학구조물을 볼 수 없다. 다만 릴리 자체 라이브러리를 통해 해당 물질의 중복여부는 확인 가능하다.
신규과학인 이머징 바이올로지(Emerging Biology) 섹션을 통해 연구자들이 직접 가설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잠재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OIDD 프로그램은 릴리의 자산과 역량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대외 협력 구축이 가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진척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 한국의 제약/바이오 업계나 정부 등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사바 =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과학 투자, 자금 마련 등을 통해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릴리는 연구개발에 적합한 생태계가 내부 혁신만으로 조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외 파트너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부, 기업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찾아나가고 좋은 과학적 결과물이 있다면 이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
R&D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릴리는 다양한 질환 분야에서 계열 최초(first in class) 및 가장 좋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는 막대한 R&D 비용의 투자를 요하기때문에 공정한 약가를 통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제약 기업들이 R&D 재투자에 나설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짐으로써 환자를 위해 더 좋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 기업에게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정부나 기업이 이에 대해 적절히 보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 있으면 궁극적으로 환자들도 더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 적절한 가치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통해 연구개발이 장려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제약업계에도 더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