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정부가 없애기로 한 연대보증으로 기업인 옭아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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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22억 분쟁조정 신청
"신보 시간끌며 연대보증 유지"
신보 "규정따라 업무 처리"
"신보 시간끌며 연대보증 유지"
신보 "규정따라 업무 처리"
정부가 내년 1분기부터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을 없애기로 했지만 정책금융기관 중 하나인 신용보증기금은 여전히 연대보증으로 중소기업인을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농업법인 대표이사를 지낸 김모씨(66)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보가 지우고 있는 연대보증을 풀어달라는 금융분쟁조정신청을 냈다. 신보의 연대보증 때문에 이전에 근무한 회사의 채무 22억여원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30년 넘게 몸담은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뒤 경남 사천에서 지인들과 함께 표고버섯을 재배·가공하는 공장을 세우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토지 및 임야 43만㎡(13만 평)를 담보로 제공하고 신보 보증서를 토대로 지역농협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신보와 지역농협엔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김씨는 2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한 뒤 물러났으며 갖고 있던 법인 지분도 후임 대표이사에게 양도했다.
이후 신보와 농협에 연대보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신보가 거절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신보는 담보로 잡은 땅에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이 걸려 있어 연대보증을 풀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가처분신청은 공장 앞산에 있는 한 암자(작은 불교 사원)에서 43만㎡ 중 암자 주변 땅 약 3300㎡(1000평)가 자신들의 것이라며 소송을 걸면서 함께 낸 것이다.
농협은 전체 담보 토지에 비해 암자 측이 주장하는 땅의 크기가 작아 이를 빼고도 담보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보증을 풀어줬다. 하지만 신보는 “이유를 불문하고 가처분신청이 걸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연대보증 해지를 미뤘다. 이후 법원이 암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려 가처분신청도 없어졌지만 연대보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공장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는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고, 보증서에 따라 신보가 농협에 대신 대출금을 갚았다. 김씨는 “신보가 시간을 끌면서 일부러 연대보증을 해지하지 않았다”며 “신보가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전 재산을 잃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이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연대보증을 풀어주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고 금융공기업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보는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공기업으로서 내규에 반하는 업무 처리를 할 수 없으며 재정의 손해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한 농업법인 대표이사를 지낸 김모씨(66)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보가 지우고 있는 연대보증을 풀어달라는 금융분쟁조정신청을 냈다. 신보의 연대보증 때문에 이전에 근무한 회사의 채무 22억여원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30년 넘게 몸담은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뒤 경남 사천에서 지인들과 함께 표고버섯을 재배·가공하는 공장을 세우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토지 및 임야 43만㎡(13만 평)를 담보로 제공하고 신보 보증서를 토대로 지역농협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신보와 지역농협엔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김씨는 2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한 뒤 물러났으며 갖고 있던 법인 지분도 후임 대표이사에게 양도했다.
이후 신보와 농협에 연대보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신보가 거절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신보는 담보로 잡은 땅에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이 걸려 있어 연대보증을 풀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가처분신청은 공장 앞산에 있는 한 암자(작은 불교 사원)에서 43만㎡ 중 암자 주변 땅 약 3300㎡(1000평)가 자신들의 것이라며 소송을 걸면서 함께 낸 것이다.
농협은 전체 담보 토지에 비해 암자 측이 주장하는 땅의 크기가 작아 이를 빼고도 담보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보증을 풀어줬다. 하지만 신보는 “이유를 불문하고 가처분신청이 걸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연대보증 해지를 미뤘다. 이후 법원이 암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려 가처분신청도 없어졌지만 연대보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공장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는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고, 보증서에 따라 신보가 농협에 대신 대출금을 갚았다. 김씨는 “신보가 시간을 끌면서 일부러 연대보증을 해지하지 않았다”며 “신보가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전 재산을 잃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이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연대보증을 풀어주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고 금융공기업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보는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공기업으로서 내규에 반하는 업무 처리를 할 수 없으며 재정의 손해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