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한여름의 추억', 연말 시상식 전쟁 속 틈새전략 통할까
계란으로 바위치기일까. '한여름의 추억'이 연말 시상식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상파 3사가 시상식을 방송하는 동안 단막극을 선보이는 JTBC의 틈새전략이 통할지 주목되고 있다.

JTBC '한여름의 추억'(연출 심나연, 극본 한가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37세 여성의 이야기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가슴 시리게 아팠던 사랑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심나연 PD를 비롯해 배우 최강희, 이준혁이 참석했다.

심 PD는 작품에 대해 "8월에서 9월로 넘어갈 때 가장 더운 날이 있다. 한여름은 여성과 비교하면 가장 빛나고 아팠던 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여름을 지낸 주인공 한여름과 그를 스쳐간 남자들의 추억을 담아 제목을 '한여름의 추억'이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껏 우울해하고 슬퍼하고 기뻐도 하면서 지금의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멋지게 살아보자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최강희는 사랑이 고픈 라디오 작가 한여름 역으로 가슴 떨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전한다.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이었고, 누구보다 빛났던 한여름은 어느덧 사랑이 그립고 외로운 평범한 여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씁쓸해하는 인물이다.

최강희는 "예전엔 32살이 노처녀였다. 그런데 요즘은 40살까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산다"며 "그 나이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보고 싶었는데 내가 보고싶은 드라마를 찍게 돼 정말 영광이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준혁은 이성적이고 차가운 듯 보이지만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팝 칼럼니스트 박해준을 연기한다. 한여름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능력과 배경이 안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뒤 사랑을 믿지 않는다.

이준혁은 "대본이 굉장히 먹먹하고 좋았다. 내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박해준은 사랑에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열등감, 상처가 치료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사람에 대한 따뜻한 추억이 남아 애틋함이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단막극 '한여름의 추억', 연말 시상식 전쟁 속 틈새전략 통할까
'한여름의 추억'은 여러 방송사에서 시상식이 펼쳐지는 12월 31일 편성됐다. 시간도 동시간대다. 시상식 경쟁 속 단막극이 성공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에 심 PD는 "왜 이 시간에 편성됐는지 의문이 많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보는, 다른 방송사와 경쟁이 없는 곳만 찾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 시청자 총량이 가장 많을 때 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에 한여름 같은 여성들이 12월 마지막날 캔맥주를 마시며 가요대전, 연기대상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헛헛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상식이 아닌 것에 대한 니즈, 10명 중 2명만 봐도 이 작품의 편성 전략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 PD는 "30대 초반의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나중에 덜 후회하고 다음 사람에게 잘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 30대 후반인 여성은 한여름처럼 외로워도 나를 사랑해줬던 사람들이 있기에 성숙해졌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한여름의 추억'은 오는 31일 오후 8시 40분 2회 연속 방송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