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 항동지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 전형진 기자
서울 구로 항동지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 전형진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1㎡ 내외의 ‘다이어트’를 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중대형 평면의 경우 전용면적을 미세하게 줄이는 것만으로도 청약에 필요한 예치금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더 많은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는 까닭이다. 0.1㎡의 작은 차이에도 예치금은 수백만원까지 널뛰기한다.

제일건설이 구로 항동에 공급한 ‘항동지구 제일풍경채’ 전용 101㎡는 실제 전용면적이 101.61㎡로 설계됐다. 중대형 평면은 전용면적이 넓을수록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이 주택형은 102㎡를 기준으로 오히려 0.4㎡가량 줄였다. 전용 102㎡를 넘으면 청약자에게 필요한 예치금이 확 늘어나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서울에 공급되는 민간아파트의 전용면적이 102㎡를 초과할 때는 청약통장에 1000만원을 예치해야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전용면적이 85~102㎡라면 예치금은 600만원이면 된다. 전용 102㎡ 안팎의 주택형은 전용면적을 1~2㎡만 줄여도 수요자의 예치금 기준을 400만원이나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청약 예치금이 낮을수록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예비 청약자도 늘어난다. 청약예금의 경우 600만원 이상 예치된 계좌가 28만3000좌로 1000만원 이상 예치된 계좌(12만6000좌)보다 두 배가량 많다.

올해 4개 단지가 분양한 항동지구에선 예치금 규모에 따라 중대형 평면의 청약 성적표가 엇갈리기도 했다. 항동지구 제일풍경채 전용 101㎡는 1.8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한 반면 나머지 3개 단지의 전용 106~147㎡ 주택형은 서울에선 드물게 2순위까지 내려가거나 미달됐다.

미달이 발생했던 한 단지 분양 관계자는 “예치금 1000만원 조건을 맞추지 못한 수요자가 많았다”면서 “같은 입지 조건인 인근 단지들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의 주류인 전용 84㎡의 경우 대부분 국민주택규모(전용 85㎡)에서 소수점 단위로 군살을 뺐다.

이달 대림산업이 거여·마천뉴타운에 공급한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 전용 84㎡D형의 실제 전용면적은 84.98㎡로 설계됐다. 앞서 고려개발이 인근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강동에코포레’ 중형 평면 가운덴 84.99㎡가 구성됐다. 전용면적 85㎡ 이하라면 예치금이 300만원이면 되지만 85㎡를 초과할 땐 600만원으로 늘어나서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청약통장 예치금 최소 기준인 300만원에 맞춰서 예치한 수요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형 주택은 전용면적 85㎡를 넘지 않도록 설계하는 편”이라며 “발코니 등 서비스 면적을 늘려 전용면적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