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단순투자' 공시해도 경영개입 가능 … "연금 사회주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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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정책 방향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 공시의무 완화
적극적 주주활동해도 '경영참여'로 간주 않기로
기관투자가에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도 부여
정부, 600조 국민연금 통해 기업 '좌지우지' 가능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 공시의무 완화
적극적 주주활동해도 '경영참여'로 간주 않기로
기관투자가에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도 부여
정부, 600조 국민연금 통해 기업 '좌지우지' 가능
논란이 큰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는 내년 하반기부터 적극적 주주활동에 따른 공시의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주식 5% 이상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한 뒤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경영 참여’로 간주하지 않아 공시 위반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가 정부에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삼성전자(지분율 9.71%), SK하이닉스(10.37%), 네이버(10.41%), 현대자동차(8.12%) 등 270여 개 상장회사의 지분을 5% 이상씩 갖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공시의무 완화”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주주 전횡을 막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에 우선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에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놨다. 내년 하반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지분 1%포인트 이상 변동 때마다 5일 안에 보유 상황과 목적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진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미리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한 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면 경영 참여로 간주돼 공시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공시하면 지분 변동 상황을 매번 밝혀야 해 매매전략이 노출되는 부담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단순투자로 공시하고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경영 참여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또 내년 하반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회사나 주채권은행에만 있는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에도 주기로 했다.
◆“국민연금 통해 좌지우지” 우려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결국 연금 가입자에게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강력한 대주주로서 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달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한 것은 이미 정권 뜻에 맞게 개입을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기관투자가의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이 기업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기관투자가는 수익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하겠다’며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관투자가의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 요건이나 신청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기관투자가에 공시의무 완화”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주주 전횡을 막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에 우선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에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놨다. 내년 하반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지분 1%포인트 이상 변동 때마다 5일 안에 보유 상황과 목적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진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미리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한 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면 경영 참여로 간주돼 공시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공시하면 지분 변동 상황을 매번 밝혀야 해 매매전략이 노출되는 부담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단순투자로 공시하고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경영 참여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또 내년 하반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회사나 주채권은행에만 있는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에도 주기로 했다.
◆“국민연금 통해 좌지우지” 우려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결국 연금 가입자에게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강력한 대주주로서 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달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한 것은 이미 정권 뜻에 맞게 개입을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기관투자가의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권이 기업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기관투자가는 수익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하겠다’며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관투자가의 외부감사인 지정 신청 요건이나 신청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