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한 직무급제는 정부의 임금체계 표준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직급과 수당을 늘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직급과 수당을 원칙 없이 늘리면 직무급제가 사실상 변형된 호봉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7일 정부청사관리본부가 공개한 직무급 체계를 보면 업무 난이도와 요구기술 수준 등에 따라 1~7급으로 나뉜다. 임금은 직급별로 6단계까지만 상승하도록 했다. 기존 호봉제에선 직무와 관계없이 14~30단계에 걸쳐 임금이 오른다. 임금상승 구간은 6단계로 줄이되, 직무를 나눠 임금을 차등화한 것이다.

정부 권고안에 비해선 상당히 ‘후퇴’했다. 당초 정부는 경비, 청소 등의 단순 직무는 1~5급 내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논의 과정에서 2개 직급(6, 7급)을 추가했다. 기존 용역업체에서 청소·경비원을 관리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 5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당도 늘었다. 정부 표준안에는 정액급식비(식대 매월 13만원), 명절 상여금(연 기본급의 100%), 복지포인트(연 40만원) 등 세 가지 종류의 수당만 추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이외에도 직급 보조비, 선임수당, 자격수당 등을 넣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 기존 공무원과의 복리후생을 비교하며 각종 수당을 요구해서다. 기존 무기계약직이 종전에 받던 수당을 없애지 못하고 그대로 주기로 한 데다 자격수당까지 신설했다.

직무급 설계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기본급을 어떻게 설계하든 수당을 무작위로 추가하면 임금체계 개편이 무력화된다”며 “이번에 신설한 자격수당은 그렇게 액수가 크지 않고 기술직을 독려한다는 차원이라지만 향후 노조가 추가적인 수당 신설을 요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상승 구간 6단계도 철저한 인사관리와 평가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의 호봉제와 다를 바 없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