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이냐, 일자리 유지냐… 독일의 '탈석탄 딜레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후협약 주도했던 메르켈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지부진
3년내 달성 못하면 정치적 타격
석탄발전 비중 37%로 최고
퇴출 서두르다간 2만명 대량실업
대체에너지 비용부담 커질 수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지부진
3년내 달성 못하면 정치적 타격
석탄발전 비중 37%로 최고
퇴출 서두르다간 2만명 대량실업
대체에너지 비용부담 커질 수도
독일 정치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논쟁이 불붙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까지 3년을 남겨둔 가운데 감축 속도가 나지 않자 석탄발전 퇴출 압박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은 주요 발전연료인 갈탄 채굴 분야에서만 2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데다 값싼 발전원이라는 경제적 이익이 달린 문제여서 반론도 만만찮다. 내년 새로 출범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부가 시작부터 석탄 논쟁에 휩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량 3년째 제자리
독일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40%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추이대로라면 32% 감축에 그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9억600만t으로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목표치인 7억5100만t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연탄 및 갈탄으로 가동하는 석탄발전소 148개 중 일부를 조속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독일에서 생산한 전력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은 37%에 이른다. 지난해 40%에서 소폭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최대 에너지원이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에너지전문가 카스텐 스미드는 “독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이 석탄에서 나온다”며 “전력 과잉 생산국인 독일이 (석탄에서 나온) ‘더러운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기후협약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땐 정치적 신뢰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독일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를 잇달아 열며 기후협약 논의를 주도했다.
클라우디아 켐페르트 독일경제연구소(DIW) 교수는 “기후협약 목표 달성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비용과 불이익이 커질 것”이라며 “석탄발전 퇴출을 조속히 시작하는 것이 불명예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독일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와 에너지 안보의 문제”
독일 산업계와 광업단체, 노동조합 등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이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 퇴출을 합의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값싸고 신뢰할 만한 에너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자리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갈탄 채굴산업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옛 동독의 동부지역 등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살고 있다.
갈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독일이 자체 생산하는 유일한 발전연료다.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원인 중동이나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험과 무관하게 갈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50년까지 갈탄을 발전연료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갈탄 광산업체 미브라크의 아르민 아이흐홀츠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돈이 들고, 많은 사람을 실직자로 내몰며, 발전 비용을 높이는 갈탄발전 폐쇄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매년 떨어지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감소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딜레마다. 무엇보다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줄지 않았다.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디젤차량 판매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990년 이후 절대적인 차량 대수는 늘어났다.
제바스티안 보레이 독일상공회의소(DIHK) 에너지전문가는 “성급한 석탄발전 중단은 발전 비용만 높이고 에너지 안정성을 해쳐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2030년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연정’ 핵심 쟁점으로
석탄발전 퇴출 문제는 메르켈 총리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재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총선 이후 연정 협상 당시 자유민주당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은 5GW, 녹색당은 8~10GW의 석탄발전 감축을 주장했다. 연정 협상은 끝내 파기됐지만 2020년까지 7GW 감축으로 의견이 모인 상태였다. 이는 15개 석탄발전소의 전력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음달 7일 시작하는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석탄산업계를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석탄발전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바바라 헨드릭스 독일 환경부 장관은 “‘기후행동계획 2050’이 제안한 석탄발전 축소 계획을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독일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40%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추이대로라면 32% 감축에 그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9억600만t으로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목표치인 7억5100만t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연탄 및 갈탄으로 가동하는 석탄발전소 148개 중 일부를 조속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독일에서 생산한 전력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은 37%에 이른다. 지난해 40%에서 소폭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최대 에너지원이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에너지전문가 카스텐 스미드는 “독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이 석탄에서 나온다”며 “전력 과잉 생산국인 독일이 (석탄에서 나온) ‘더러운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기후협약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땐 정치적 신뢰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독일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를 잇달아 열며 기후협약 논의를 주도했다.
클라우디아 켐페르트 독일경제연구소(DIW) 교수는 “기후협약 목표 달성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비용과 불이익이 커질 것”이라며 “석탄발전 퇴출을 조속히 시작하는 것이 불명예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독일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와 에너지 안보의 문제”
독일 산업계와 광업단체, 노동조합 등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이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 퇴출을 합의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값싸고 신뢰할 만한 에너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자리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갈탄 채굴산업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옛 동독의 동부지역 등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살고 있다.
갈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독일이 자체 생산하는 유일한 발전연료다.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원인 중동이나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험과 무관하게 갈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50년까지 갈탄을 발전연료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갈탄 광산업체 미브라크의 아르민 아이흐홀츠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돈이 들고, 많은 사람을 실직자로 내몰며, 발전 비용을 높이는 갈탄발전 폐쇄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매년 떨어지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감소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딜레마다. 무엇보다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줄지 않았다.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디젤차량 판매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990년 이후 절대적인 차량 대수는 늘어났다.
제바스티안 보레이 독일상공회의소(DIHK) 에너지전문가는 “성급한 석탄발전 중단은 발전 비용만 높이고 에너지 안정성을 해쳐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2030년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연정’ 핵심 쟁점으로
석탄발전 퇴출 문제는 메르켈 총리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재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총선 이후 연정 협상 당시 자유민주당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은 5GW, 녹색당은 8~10GW의 석탄발전 감축을 주장했다. 연정 협상은 끝내 파기됐지만 2020년까지 7GW 감축으로 의견이 모인 상태였다. 이는 15개 석탄발전소의 전력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음달 7일 시작하는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석탄산업계를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석탄발전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바바라 헨드릭스 독일 환경부 장관은 “‘기후행동계획 2050’이 제안한 석탄발전 축소 계획을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