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헌 70년]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노동자 경영 참여… '시장경제'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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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입김 거센 개헌 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신설에…기업 사회적 책임도 명문화
자문위, 노동계 의견 반영…반시장 조항 끼워넣기 우려
전문가 "헌법에 직접 규정, 원칙 훼손·혼란 초래 우려
하위법에 반영하는게 바람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신설에…기업 사회적 책임도 명문화
자문위, 노동계 의견 반영…반시장 조항 끼워넣기 우려
전문가 "헌법에 직접 규정, 원칙 훼손·혼란 초래 우려
하위법에 반영하는게 바람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의 자문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헌법개정 시안(試案)을 내놓자 경제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토지재산권 제한 등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축소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공개념에 관한 별도의 명문 규정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제시돼 자본주의 경제질서 근간인 사유재산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개입 확대하자는 개헌논의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경제재정분과는 지난 2월 출범해 11월 말까지 20차례 회의를 통해 자문위 시안을 마련했다. 분과 간사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문위는 재정민주주의 실현과 감사원의 독립성, 경제민주화의 구체화에 역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의 초점은 경제민주화 강화다. 시대적 요청이란 명분하에 경제민주화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고 국가의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을 비롯해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까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자문위는 119조 2항에 ‘경제력 집중 방지’ 문구를 추가하고,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를 강행 규정인 ‘~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다.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집단적 사법구제 수단을 보장한다는 내용까지 3항에 신설키로 했다. 중앙대 법대학장을 지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헌법에 집단소송, 징벌적 배상 같은 것을 규정한 경우는 기억에 없다”며 “헌법 조항에 방향을 설정하는 건 몰라도 구체성을 띠게 되면 법원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개입 강화와 관련해 민주당 내 분위기는 더욱 강성이다. 최근 네 차례에 걸친 개헌 의총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119조 1항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명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가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자문위에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명기한 125조에 소상공인을 그 대상으로 추가하고,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노동자 경영 참여까지 반영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은 노동계의 목소리를 개헌특위에 적극 반영한 경우다. 민주노총은 이 원칙이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가치임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사전에 제한하고 비정규직 남용 요인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강조되는 지식노동의 경우 객관적인 가치 측정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현행 헌법에 반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119조 2항에 ‘경제주체 간 조화’ 대신 ‘여러 경제 주체의 참여, 상생, 협력이 이뤄지도록’이란 내용으로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개헌특위 내에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위한 헌법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문구를 수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개헌특위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는 적극적으로 논의해서 이번 헌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권을 헌법에 직접적으로 규정한 예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헌법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위 법령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32조에 ‘근로’ 및 ‘근로자’ 용어를 ‘노동’ 및 ‘노동자’로 수정하고 공무원의 근로 3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나 역사적 의미, 사회 현실적 측면에서 ‘노동’, ‘노동자’가 적절한 용어라는 게 개정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다. 하지만 국민 일부에서는 ‘근로’를 ‘노동’으로 개정함에 따른 사회주의 헌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경제재정분과는 지난 2월 출범해 11월 말까지 20차례 회의를 통해 자문위 시안을 마련했다. 분과 간사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문위는 재정민주주의 실현과 감사원의 독립성, 경제민주화의 구체화에 역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의 초점은 경제민주화 강화다. 시대적 요청이란 명분하에 경제민주화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고 국가의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을 비롯해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까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자문위는 119조 2항에 ‘경제력 집중 방지’ 문구를 추가하고,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를 강행 규정인 ‘~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다.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집단적 사법구제 수단을 보장한다는 내용까지 3항에 신설키로 했다. 중앙대 법대학장을 지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헌법에 집단소송, 징벌적 배상 같은 것을 규정한 경우는 기억에 없다”며 “헌법 조항에 방향을 설정하는 건 몰라도 구체성을 띠게 되면 법원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개입 강화와 관련해 민주당 내 분위기는 더욱 강성이다. 최근 네 차례에 걸친 개헌 의총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119조 1항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명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가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자문위에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명기한 125조에 소상공인을 그 대상으로 추가하고,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노동자 경영 참여까지 반영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은 노동계의 목소리를 개헌특위에 적극 반영한 경우다. 민주노총은 이 원칙이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가치임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사전에 제한하고 비정규직 남용 요인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강조되는 지식노동의 경우 객관적인 가치 측정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현행 헌법에 반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119조 2항에 ‘경제주체 간 조화’ 대신 ‘여러 경제 주체의 참여, 상생, 협력이 이뤄지도록’이란 내용으로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개헌특위 내에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위한 헌법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문구를 수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개헌특위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는 적극적으로 논의해서 이번 헌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권을 헌법에 직접적으로 규정한 예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헌법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위 법령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32조에 ‘근로’ 및 ‘근로자’ 용어를 ‘노동’ 및 ‘노동자’로 수정하고 공무원의 근로 3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나 역사적 의미, 사회 현실적 측면에서 ‘노동’, ‘노동자’가 적절한 용어라는 게 개정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다. 하지만 국민 일부에서는 ‘근로’를 ‘노동’으로 개정함에 따른 사회주의 헌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