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소상공인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KC(Korea Certificate) 인증 대상에서 영세 소상공인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 잘못하면 범법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민의당,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자유한국당에 개정안 처리를 공동으로 요구했다. 이훈 의원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 만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당은 자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소환을 막고 개헌·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막기 위해 본회의를 정략적으로 무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중현 전안법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회가 민생법안을 볼모로 정쟁을 하고 있다”며 “정쟁을 벌이고 있더라도 최소한 밥은 굶기지 않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 아닌가”라고 개정안 처리를 호소했다. 연말까지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최종 판매업자는 물건을 판매할 때 KC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이나 인터넷쇼핑몰업자 등은 KC 인증을 받기 힘들어 범법자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전안법 폐지 요구 청원은 21만 명을 넘겼다.

박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22일 김 원내대표가 연내 통과를 약속했다”며 한국당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전안법·시간강사법 등 주요 일몰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는 것을 두고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임시국회 때 국회만 열어놓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재인 개헌’ 후퇴 없이 본회의 개최는 절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국민 개헌을 용인하는 태도 변화를 보이면 한국당이 나서서 전안법 등 민생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어제 김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상을 시도했으나 여당의 개헌에 대한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