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TF "한·일 '이면합의' 존재… '불가역' 표현 한국이 먼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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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30년 대외비' 외교문서 공개 파장
"정대협 설득·소녀상 문제 등 비공개 내용 있다
외교부 '불가역' 삭제 건의…당시 청와대서 수용 안해"
강경화 외교 "피해자들 의견 듣고 정부 입장 세울 것"
"정대협 설득·소녀상 문제 등 비공개 내용 있다
외교부 '불가역' 삭제 건의…당시 청와대서 수용 안해"
강경화 외교 "피해자들 의견 듣고 정부 입장 세울 것"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문제를 합의할 당시 양국 간에 사실상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요구대로 위안부 관련 단체를 설득하고 소녀상 문제 해결에 노력한다는 데 합의하고도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0년간 비공개해야 하는 외교 문서 내용을 2년 만에 공개해 한·일 관계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 이면합의 내용 숨겨”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TF는 한·일 외교부 장관이 2015년 12월28일 각각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합의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공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본 쪽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해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고 수용했다.
둘째는 소녀상 문제였다. 일본 측은 해외에 소녀상과 기림비 설치를 한국 정부가 돕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고 한국 쪽은 관련 단체를 ‘지원함이 없이’라는 표현을 비공개 부분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한국에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정부의 공식 명칭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규정해 간접적으로 일본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보고서는 “(당시) 한국 정부는 공개된 내용 이외의 합의사항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대협 설득, 기림비, ‘성노예’ 표현과 관련한 비공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불가역적 합의’는 한국이 먼저 써
위안부 합의 후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한국 정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월 제6차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은 일본 총리의 공식 사죄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죄의 불가역성을 담보하기 위해 불가역성이라는 용어를 썼다. 하지만 최종 합의에선 한국 측의 당초 취지와 달리 일본 측 요구대로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면 국내에서 반발이 예상되므로 삭제가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TF는 위안부 협상 전반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청와대는 외교부에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적시했다. TF가 비공개 외교문서를 공개한 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는 외교 문서를 30년간 비공개로 하고, 이후에도 외교문서 공개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외교부는 이를 근거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법적 실체가 불분명한 TF의 민간위원들에게 공개했다. 향후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미국 일본 등이 한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 제공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오태규 TF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제적 영향을 함께 고민해 비공개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며 “자료를 열람할 때마다 비밀 보안 서약을 쓰고 규정에 따라 열람했다”고 해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한·일 관계 영향도 감안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논평을 통해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동일 사안에 대해 대외 공개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별도로 합의하는 이면합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한국 정부, 이면합의 내용 숨겨”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TF는 한·일 외교부 장관이 2015년 12월28일 각각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합의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비공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본 쪽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해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고 수용했다.
둘째는 소녀상 문제였다. 일본 측은 해외에 소녀상과 기림비 설치를 한국 정부가 돕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고 한국 쪽은 관련 단체를 ‘지원함이 없이’라는 표현을 비공개 부분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한국에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정부의 공식 명칭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규정해 간접적으로 일본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보고서는 “(당시) 한국 정부는 공개된 내용 이외의 합의사항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대협 설득, 기림비, ‘성노예’ 표현과 관련한 비공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불가역적 합의’는 한국이 먼저 써
위안부 합의 후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한국 정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월 제6차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은 일본 총리의 공식 사죄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죄의 불가역성을 담보하기 위해 불가역성이라는 용어를 썼다. 하지만 최종 합의에선 한국 측의 당초 취지와 달리 일본 측 요구대로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면 국내에서 반발이 예상되므로 삭제가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TF는 위안부 협상 전반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청와대는 외교부에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적시했다. TF가 비공개 외교문서를 공개한 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는 외교 문서를 30년간 비공개로 하고, 이후에도 외교문서 공개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외교부는 이를 근거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법적 실체가 불분명한 TF의 민간위원들에게 공개했다. 향후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미국 일본 등이 한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 제공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오태규 TF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제적 영향을 함께 고민해 비공개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며 “자료를 열람할 때마다 비밀 보안 서약을 쓰고 규정에 따라 열람했다”고 해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한·일 관계 영향도 감안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논평을 통해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동일 사안에 대해 대외 공개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별도로 합의하는 이면합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