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생각의 다양성 위협하는 구글·페이스북의 독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광고에 뉴스 찾는 방식까지
거대한 두 기술기업이 지배
선호않는 콘텐츠 차단하고
전통적 언론들이 생산하는
고품질 뉴스 수익성도 낮춰
"과도한 영향력 뉴미디어 기업
과점 없애겠다"던 트럼프 정부
구글·페이스북에도 주목해야
마크 엡스타인 < 反독점 전문 변호사 >
거대한 두 기술기업이 지배
선호않는 콘텐츠 차단하고
전통적 언론들이 생산하는
고품질 뉴스 수익성도 낮춰
"과도한 영향력 뉴미디어 기업
과점 없애겠다"던 트럼프 정부
구글·페이스북에도 주목해야
마크 엡스타인 < 反독점 전문 변호사 >
로버트 시어와 로버트 앤턴 윌슨은 1975년 소설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생산 수단의 독점’에 관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공식보다 ‘의사소통 수단의 독점’이 지배 엘리트를 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썼다. 다음 통계를 듣기 전 이를 명심하라. 광고서비스 전문업체 제니스, 마그나 및 그룹M의 추정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올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디지털 광고의 84%를 차지하고, 증가액의 96%를 가져갈 전망이다.
이런 수치는 일반적인 시장 집중보다 더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양대 기술기업의 지배력은 ‘생각의 장(場)’을 위협한다. 광고 외에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뉴스를 찾는 방식을 지배한다. 미국인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에서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한다. 올여름 미국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얻는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네 곳은 페이스북, 유튜브(구글 소유), 트위터(구글 제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소유)이다.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미국인은 5%에 불과하다.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11월 연설에서 소셜미디어 및 검색엔진과 같은 ‘엣지 프로바이더’가 일상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파이 위원장은 유튜브의 결정을 예로 들었다. 구글이 보수 성향의 토크쇼 진행자 데니스 프레이저의 영상과 앨런 더쇼비츠의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비디오에 연령 제한을 두고, 광고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트위터가 마샤 블랙번 공화당 하원의원의 낙태 반대 캠페인 광고를 중단한 것을 지적했다. 만약 TV나 라디오 방송국이었다면 불법 행위였을 것이다. 트위터는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총 7463억달러의 재정지출이 발생하는 반면 추방비용은 1241억달러에 불과하다’ 같은 메시지는 증오 발언에 해당한다”며 이민 반대론자들의 ‘스폰서드 트윗’을 거부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는 일반적인 콘텐츠보다 광고가 붙은 콘텐츠에 더 엄격한 정책을 적용한다.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기술기업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콘텐츠에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난에 민감하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온라인 광고가 두 회사를 거치면서, 이들은 웹사이트를 독단적으로 해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한 정치 블로그는 ‘대안우파(alt-right)’와 백인 민족주의를 구별하기 위한 기사를 올렸다가 구글의 애드센스팀으로부터 경고 이메일을 받았다. 한 편집자는 “블로그의 생존을 위해서는 구글의 광고 플랫폼으로부터 수익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기사를 올렸다.
2014년에 나온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피터 틸은 “구글은 누구와도 경쟁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더 큰 걱정을 해야 한다”고 썼다. 만약 실리콘밸리 독점회사의 경영진이 특정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이 세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면, 시장의 압력은 그들을 충분히 저지할 수 없다.
언론인들은 기술기업들이 미디어를 가장 낮은 ‘공통분모’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는 독자들의 편견을 사실로 보여주는 선정적 뉴스인 ‘클릭베이트(clickbait)’에 보상을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독점은 전통적인 언론사가 고품질 뉴스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쥐어짜고 있다. 동시에 구글의 검색엔진은 구독 콘텐츠에 편견을 갖고 다른 자금원을 고갈시킨다.
중요한 것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정책과 알고리즘이 고품질 뉴스를 생산하는 일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의 독점력은 기술기업 경영진이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콘텐츠를 폐기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두 회사가 반독점 조사를 거의 받지 않은 데 반해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T&T의 랜덜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여름 합병에 대한 희망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타임워너 인수를 완료하면, 검색 및 소셜미디어 회사가 디지털 광고를 위해 수행한 프리미엄 비디오 및 TV 광고 대상의 자동화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제 법무부의 소송은 얄궂게도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을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
2016년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경제고문이었던 피터 나바로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정보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을 갖고, 개인 생활에 침투해 미국의 정치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뉴미디어 대기업의 과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바로는 잘못된 목표를 선택했다. 반독점 당국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원제=The Google-Facebook Duopoly Threatens Diversity of Thought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마크 엡스타인 < 反독점 전문 변호사 >
이런 수치는 일반적인 시장 집중보다 더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양대 기술기업의 지배력은 ‘생각의 장(場)’을 위협한다. 광고 외에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뉴스를 찾는 방식을 지배한다. 미국인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에서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한다. 올여름 미국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얻는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네 곳은 페이스북, 유튜브(구글 소유), 트위터(구글 제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소유)이다.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미국인은 5%에 불과하다.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11월 연설에서 소셜미디어 및 검색엔진과 같은 ‘엣지 프로바이더’가 일상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파이 위원장은 유튜브의 결정을 예로 들었다. 구글이 보수 성향의 토크쇼 진행자 데니스 프레이저의 영상과 앨런 더쇼비츠의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비디오에 연령 제한을 두고, 광고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트위터가 마샤 블랙번 공화당 하원의원의 낙태 반대 캠페인 광고를 중단한 것을 지적했다. 만약 TV나 라디오 방송국이었다면 불법 행위였을 것이다. 트위터는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총 7463억달러의 재정지출이 발생하는 반면 추방비용은 1241억달러에 불과하다’ 같은 메시지는 증오 발언에 해당한다”며 이민 반대론자들의 ‘스폰서드 트윗’을 거부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는 일반적인 콘텐츠보다 광고가 붙은 콘텐츠에 더 엄격한 정책을 적용한다.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기술기업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콘텐츠에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난에 민감하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온라인 광고가 두 회사를 거치면서, 이들은 웹사이트를 독단적으로 해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한 정치 블로그는 ‘대안우파(alt-right)’와 백인 민족주의를 구별하기 위한 기사를 올렸다가 구글의 애드센스팀으로부터 경고 이메일을 받았다. 한 편집자는 “블로그의 생존을 위해서는 구글의 광고 플랫폼으로부터 수익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기사를 올렸다.
2014년에 나온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피터 틸은 “구글은 누구와도 경쟁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더 큰 걱정을 해야 한다”고 썼다. 만약 실리콘밸리 독점회사의 경영진이 특정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이 세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면, 시장의 압력은 그들을 충분히 저지할 수 없다.
언론인들은 기술기업들이 미디어를 가장 낮은 ‘공통분모’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는 독자들의 편견을 사실로 보여주는 선정적 뉴스인 ‘클릭베이트(clickbait)’에 보상을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독점은 전통적인 언론사가 고품질 뉴스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쥐어짜고 있다. 동시에 구글의 검색엔진은 구독 콘텐츠에 편견을 갖고 다른 자금원을 고갈시킨다.
중요한 것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정책과 알고리즘이 고품질 뉴스를 생산하는 일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의 독점력은 기술기업 경영진이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콘텐츠를 폐기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두 회사가 반독점 조사를 거의 받지 않은 데 반해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T&T의 랜덜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여름 합병에 대한 희망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타임워너 인수를 완료하면, 검색 및 소셜미디어 회사가 디지털 광고를 위해 수행한 프리미엄 비디오 및 TV 광고 대상의 자동화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제 법무부의 소송은 얄궂게도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을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
2016년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경제고문이었던 피터 나바로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정보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을 갖고, 개인 생활에 침투해 미국의 정치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뉴미디어 대기업의 과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바로는 잘못된 목표를 선택했다. 반독점 당국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원제=The Google-Facebook Duopoly Threatens Diversity of Thought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마크 엡스타인 < 反독점 전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