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hankyung.com
올해 비트코인 가격만큼이나 큰 폭으로 주가가 뛴 기업이 있다. 호주 비디오커머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빅 언(Big Un)의 주가는 올해 1500% 가까이 상승했다. 빅 언은 레스토랑 미용실 등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뷰(후기)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 ‘빅 리뷰 TV’를 운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빅 언을 올해 호주 주식시장에서 최고 성과를 낸 기업 중 하나로 소개했다.

난독증 극복한 최연소 호주 상장기업 창업자

빅 언은 브랜든 에버츠(23)가 19세이던 2013년 아버지에게 홈페이지 구축 비용 500호주달러를 빌려 창업한 회사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에버츠는 동영상이 미디어의 미래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난독증 때문에 독서보다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면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며 “주변에 비슷한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미래엔 동영상이 미디어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전부터 인터넷과 비디오에 엄청난 열정을 보인 그는 “막연히 인터넷과 비디오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에버츠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그는 회사 전무(executive director)로서 비디오 제작·공유 등 실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직접 영상에 출연하기도 한다. 빅 언을 호주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한 2014년 말 당시 그의 나이는 20세로, 호주 상장기업 창업자 중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인 리처드 에버츠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회사는 지난 4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기업가치는 약 5억5000만호주달러(약 4500억원)에 달한다.

“트립어드바이저의 동영상 버전”

빅 리뷰 TV는 자체적으로 홍보 영상을 촬영할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 대신 리뷰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동영상의 평균 조회수가 수천 건에 달한다. 구독자는 6만 명에 육박한다. 업체를 소개하는 웹페이지엔 리뷰 영상뿐 아니라 위치, 전화번호 등의 정보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리뷰 영상을 본 다른 이용자들이 별점을 매기거나 직접 찍은 리뷰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 빅 리뷰 TV에 업로드된 동영상의 전체 용량은 15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에버츠는 빅 리뷰 TV를 “트립 어드바이저의 동영상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트립 어드바이저’는 호텔, 레스토랑 등 관련 정보를 이용자 리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세계 최대 여행 전문 사이트다. 이용자들이 댓글과 별점으로 세계 각지의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등에 대한 평가를 남길 수 있다. 에버츠는 이 같은 이용자 리뷰의 가치에 주목했고, 동영상을 결합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웹사이트에 키워드, 위치 등을 입력하면 장소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빅 언이 제작 혹은 선별한 동영상은 다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도 가능하다.

연 회원제로 운영

에버츠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호주 상장기업 등 대기업의 리뷰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며 “물론 피시앤드칩스 가게도 촬영한다”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 모바일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빅 리뷰 TV의 강점이다. 그는 “모든 사업자가 동영상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며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 미디어에이전시를 찾아가면 수십만달러를 요구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빅 리뷰 TV는 저비용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돈 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무료로 동영상을 공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많다. 하지만 광고 외에 다른 수익모델을 찾은 경우는 많지 않다. 빅 리뷰 TV는 연 회원제로 운영된다. 호주에서만 5000여 개 업체가 회원으로 등록했다. 빅 리뷰 TV의 동영상 제작 비용은 편당 최소 399달러다. 월 게재료(플랫폼 사용료)는 최소 7.5달러다. 2017회계연도(2016년 7월1일~2017년 6월30일) 매출은 1349만달러(약 145억원)에 달했다. 이들 회원사의 리뷰 영상을 제작하고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플랫폼 사용료로 벌어들인 매출이 1281만달러에 달했다. 광고·협찬으로 올린 매출은 68만달러로 집계됐다.

10~20대 감각을 지닌 에버츠가 디지털 세대에 통하는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를 이뤘단 평가가 많다. 자산운용사인 퀵브라운폭스의 가이 카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젊은 고객 비중이 높은 것이 성장동력인 동시에 한계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형주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호주 에이트투자파트너스의 케리 시리즈 CIO는 “회사의 영업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빅 리뷰 TV는 호주를 비롯 영국,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등 영어권 국가로 시장을 확대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 시장 확대에 주력했다. 빅 언은 미국 앱 ‘팁슬리(Tipsly)’를 인수하기도 했다. 팁슬리가 지난 2년간 수집한 미국 30대 도시의 클럽, 바, 레스토랑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할 계획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