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 바이어와 만나고 또 만나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부터 공략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고무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다 해외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몇 가지 고려해 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

먼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인력 문제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당연히 인력이 충분치 않고, 해외 업무에 100% 매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대표가 영어를 잘하고 국제 감각이 있으면 좋겠지만, 글로벌 직원 달랑 한 명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인력이 자주 바뀌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

글로벌 전시회나 박람회는 공공 지원을 받아 참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회사에 맞는 행사를 구별해 나가야 하는데, 지원해준다고 하니까 참가하고 보는 회사가 종종 있다. 항공료 및 호텔체재비, 부스비, 참가비 등의 지원이 있어도 해외에 나갈 준비가 안 됐다면 고사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 성장 단계별로 꼭 필요한 참가인지를 따져봐야 스타트업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22개국이 넘는 현지 파트너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 있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해외에 가면 자기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는 게 중요하다. 유럽에서 만난 한 싱가포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얘기하고 현지 한국 식당 가서 회식하며 뭉치는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하러 나갔으면 최대한 현지 관계자를 만나야 한다. 물론 거절당할 수도 있고 무시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만나 교섭하고 흥정하는 게 의미있는 출장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영어를 못하지만 통역을 대동하고 현지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30곳에 연락해 22곳으로부터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팅이 성사된 8곳 중 계약으로 이어진 건 2건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해외 진출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못하던 기업이 해외에 나가서 잘 풀리긴 어렵다.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준비된 기업만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온몸을 던져 뛸 준비가 돼 있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해외 진출은 결국 사람이다.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사람을 천 번 거절당해도 만나겠다는 뚝심과 그에 걸맞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인력, 사업구상 없이 해외에 나가 업무협약만 맺고 온다고 한들 헛수고일 뿐이다. 기회는 준비한 기업에만 오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백세현 <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글로벌2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