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걸쳐 휘발성유기화합물 84종 평가…"기저귀도 VOCs 10종 검출량 미미"
내년 다이옥신 위해도, 이달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착수키로
식약처 "생리대 안전하다"… 여성환경연대 "성급한 결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들어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8월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벌어진 이후 식약처가 2차에 걸쳐 VOCs 위해평가를 완료하고 '안전하다'고 최종 결론을 발표함에 따라 소비자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와 여성질환의 관련을 따지는 정부의 건강영양조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또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생리대에 존재하는 아세톤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74종에 대해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VOCs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며 2차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식약처는 생리대가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VOCs 84종 가운데 생식독성과 발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에틸벤젠, 스타이렌 등 VOCs 10종에 대한 1차 조사를 우선 시행했으며, 지난 9월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위해평가 대상은 2014년 이후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 또는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온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66개 제품이다.

2차 평가 결과 브로모벤젠 등 VOCs 24종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된 50종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양이었다.

검출된 50종 가운데 43종을 평가한 결과, 생리대·팬티라이너 전 제품은 '1' 이상의 '안전역'(margin of safety)을 확보했다.

안전역은 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양(전신노출량)과 인체에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량(독성참고치)을 비교한 것으로 1 이상일 때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일회용생리대는 7∼101만6천398, 면생리대는 13∼10만7천77, 팬티라이너는 7∼333만3천333, 공산품 팬티라이너는 101∼149만6천954, 유기농을 포함한 해외직구 일회용생리대는 5∼162만1천876의 안전역을 확보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식약처는 공인된 독성참고치 기준이 없어 안전역 평가에서 제외된 도데칸 등 7종에 대해서는 구조활성이 유사한 물질의 독성자료를 대입했고,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발암독성기준치와 초과발암위해도를 감안해 평가했다.

이들 평가에서도 시중 제품은 인체 위해 우려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에서 VOCs 최대 함량을 측정하기 위해 생리대를 초저온 동결 후 고온 가열하는 '기체 크로마트그래피-질량분석기법'을 적용했다.

또 몸무게 43㎏ 여성이 생리대를 하루 7.5개, 한달에 7일씩 평생 사용하고, 팬티라이너는 하루 3개씩 평생 사용한다는 가정에 따라 전신노출량을 구했다.

기저귀 역시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된 370개 품목에 대해 위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VOCs 10종을 조사한 결과 검출량은 역시 미미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생리대와 탐폰 13개 품목에 대해 농약 14종,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3종, 고분자흡수체 분해산물(아크릴산) 위해평가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위해평가는 개별 물질에 대한 평가로 전체 물질에 노출됐을 때 인체가 받는 영향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식약처는 여러 물질을 통합한 위해평가 방법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바가 없어 타당한 방법이 마련되면 평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생리대 논란으로 불안을 안겨드려 송구하다"면서 "생리대 함유 가능성이 있는 프탈레이트·다이옥신 등에 대해서도 내년에 추가 조사를 하는 등 여성 위생용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2차 조사 결과가 나오자, 위해성 논란을 촉발한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가 1차 발표에 이어 2차에서도 성급한 결론을 냈다고 비판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VOCs와 일부 농약이 유해하지 않다고 해서 생리대 전체가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단일 물질 또는 결합 물질이 사람 몸속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식약처는 내년 건강역학조사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 등 생리대 제조사들은 "제품의 안전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 제조사는 '의약외품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생리대에서 검출되는 VOCs 양을 줄이기 위한 자율협약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후속조치로 생리대 사용과 질환 발생과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한 건강영향조사에 이달 착수했다.

이 조사는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식약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