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스터액트’에 메리 로버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소향 씨(37·사진)는 28일 이번 공연 출연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수도원 수습수녀인 메리 역은 이 작품에서 주연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 뮤지컬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200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동양인 캐스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앞으로 다른 동양인 배우도 ‘시스터액트’에 출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시스터액트’는 아시아투어 공연 중이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필리핀 중국 일본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한한령(한류금지령) 여파로 중국 공연에 출연 못한 것을 빼고는 모든 나라의 공연에 나왔다. 이 공연은 한국에서 다음달 21일까지 계속된다.
김씨는 “당초 아시아투어에서 메리 역을 맡을 것이 유력한 배우가 있었는데 그를 제치고 캐스팅됐다”며 “오디션 볼 때는 커버배우(유사시 그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나 앙상블(코러스배우)이 될 줄 알았는데 메리 역으로 출연 제의를 받아 깜짝 놀랐다”며 “정말 기뻐서 미국 뉴욕 거리에서 소리 질렀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동료 배우 사이에서 ‘왜 저 배우를 메리 역으로 뽑았지?’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투어 첫 공연을 한 뒤 ‘공기’가 바뀌었다.
김씨는 “솔로 넘버 ‘살아본 적 없는 삶(The Life I Never Led)’을 부르고 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며 “동료들이 그날 저녁 모두 한 명씩 나에게 와서 ‘감동적이었다’ ‘놀랐다’ 같은 칭찬을 했고 그 뒤로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17년차 중견 배우다. ‘맘마미아’ ‘사랑은 비를 타고’ ‘드림걸즈’에 출연하는 등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다 2011년부터는 미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미국 기획사 작품에 나온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다음달 27일부터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지난 15일 개막한 ‘더 라스트 키스’의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으로 나온다.
김씨는 “미국 기획사 공연에 많이 나왔으니 앞으로 2~3년간은 한국 공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데 공연장에서 관객을 마음껏 웃고 울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