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은 권력구조 변화와 함께 개헌 논의의 양대 핵심 쟁점이다. 어떤 선거제도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각 정당의 이해득실이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다만 1위 득표자만 당선의 영광을 누리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에는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2018 제헌 70년] 개헌 쟁점 '선거구제 개편' 손 댈까
2위 득표자 이하의 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공천만 있으면 1위 득표를 할 수 있는 구도 때문에 능력 있는 정치 신인이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호남에,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공천으로 대구·경북(TK) 지역에 입후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만약 2·3위 득표를 해도 당선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천 풍토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역주의 장벽을 깨는 도전이 잇따르고, 유권자들은 능력 있는 후보자를 접할 ‘선택의 기회’가 더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 방향은 ‘비례성 강화’다. 각 정당의 실제 득표율 비중이 최대한 그대로 국회 의석수에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체 득표율은 25.54%였지만 현재 국회 의석 비중은 40.7%(121석)에 달한다. 지역구별 1위 득표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괴리와 왜곡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석패율제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총선에서 당선자 숫자가 전체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정당은 부족분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충원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를 줄여야 해 지역구를 가진 현역의원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신생 정당의 자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반면 영남을 중심으로 1위 득표자가 많은 한국당에는 다소 불리한 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패율 제도는 소선거구제하에서 지역구에서 아깝게 탈락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제도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석패율제는 계산 방식이 소선거구제에 비해 복잡하고, 무소속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모든 대안이 나름의 단점이 있어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한국은 인구의 도시 집중화가 심각해 인구에 비례한 선거구 획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