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경우 아예 내년 하반기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주요 연기금은 2019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하는 회사의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작년 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이 공표됐지만 도입한 곳은 17개사에 그쳤고 연기금은 한 곳도 없다. 검증된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기 힘든 데다 경영자율과 책임성이 훼손되고 기관투자가들도 정부의 통제에 놓이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해 채택하는 기관투자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만 240여 개에 달한다. ‘연못 속 고래’로 불리며 대다수 우량 상장사의 최대주주인 마당에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본격 운영할 경우 주요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은 국민연금을 통해 사실상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연금 사회주의가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

너무 커져버린 국민연금은 그 자체로도 문제다.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이기도 어렵다. 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시장과 비슷해지면 투자 운신 폭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투자를 지금보다 늘리자니 국내자본 유출 문제가 생긴다. 정치권은 마치 ‘쌈짓돈’이라도 되는 양 틈만 나면 여기저기 끌어쓰려고 혈안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민연금을 대수술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연금을 작은 규모로 분할해 경쟁시키거나 스웨덴처럼 부분 민영화를 통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더 높이고 노후 대비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연금은 2060년이면 고갈된다. 이후엔 뾰족한 대책도 없다. 미래세대 노후 보장은 못 하고 정권의 기업지배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대로 방치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