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직무급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직무급제는 직무 등급과 업무 평가 등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행안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용역·파견 근로자 3076명이 1차 대상이다. 향후 5년간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정규직으로 바뀌는 약 20만 명도 직무급제 적용을 받는다.

행안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 직무 등급은 업무 성격에 따라 1급(단순 노동직)~7급(기술직)으로 나눠진다. 같은 직무 등급 내에서도 근무 연수와 업무 평가에 따라 임금 단계(1~6단계)가 구분된다. 정부가 모든 공공부문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이번 안(案)은 새로운 임금체계 윤곽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안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에게 호봉제 대신 직무급제를 적용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직무 난이도와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준다는 직무급제 취지가 퇴색된 ‘사실상 변형 호봉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행안부가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직급을 늘리고 각종 수당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고용노동부 권고안보다 직무 등급이 2개 늘었고 직급 보조비, 선임수당, 자격수당 등이 신설됐다. 수당이 계속 추가되면 연공서열식 호봉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공부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임금 체계개편 목적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기관은 혁신이 절실하다. 작년 기준으로 공공기관 10곳 중 7곳은 영업이익도 못 내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연봉을 받고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받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경영부실을 감시해야 할 노조는 조직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81만 개 공공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수익을 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늬만 직무급제’로는 공공기관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개혁하기 어렵고, 좋은 일자리 창출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