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00여 개 병원을 찾은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분석했더니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이 12월 첫째주 16.7%에서 지난주 47%로 증가했다.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독감에 걸린 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윤기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겨울에 활성화되고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 활동이 늘면서 독감이 유행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같은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발병 원인이 다른 별개의 질병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다양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만 발병한다. 이 때문에 예방법과 치료법이 모두 다르다.

독감은 2~3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고열, 인후통, 마른기침 등 호흡기 증상과 피로, 두통, 쇠약감, 근육통, 식욕부진 등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노인이나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합병증이 생기고 기존에 갖고 있던 질환이 악화돼 심하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감기와 다르다. 독감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는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이 있다. 이외에도 심근염, 심낭염, 기흉, 기종격동, 뇌염, 뇌증, 횡단성 척수염, 횡문근융해증 등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 기관지염이나 만성 호흡기질환, 만성 심혈관계질환도 독감에 걸리면 증상이 악화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사람들끼리 전염된다. 독감 증상이 나타나고 5~10일 지난 뒤에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윤 교수는 “임신부와 만성질환자, 고령인구 등의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은 독감 환자에게 가까이 가는 것을 피하고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감은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예방접종은 해마다 맞아야 한다. 윤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형이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질병들처럼 한 번 맞는다고 해서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 중 유일하게 치료제가 있다. 윤 교수는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제가 독감을 완벽하게 예방하거나 극적인 치료를 할 수는 없지만 증세를 완화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는 충분하기 때문에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존 형태에서 급격히 변해 예방접종은 물론 치료조차 할 수 없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되기도 한다. 20세기 초 50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은 스페인독감, 1960년대 말 1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홍콩 독감 등이 대표적인 신종 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이다. 2009년 멕시코에서 발생해 국내에도 70만 명 이상의 감염자와 263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례도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