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의 '지점 통폐합 실험' 통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의 ‘점포 통폐합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려됐던 고객 불편이나 직원 이탈이 없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구축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내년 초 분당 WM(자산관리)센터가 설립되면 새로운 은행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고 29일 밝혔다. 새 체제는 일반지점 25개, WM센터 7개, 여신영업센터 4개, 고객센터 2개 등으로 구성된다. 이전엔 일반지점 124개, WM센터 2개였다.

박 행장은 디지털 금융시대를 맞아 일반 점포를 대폭 줄이는 대신,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지난 3월엔 일반지점 중 101개를 통폐합하고 직원들을 고객센터, 여신영업센터, WM센터 등에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조합은 “은행 직원들이 사실상 콜센터 직원으로 전락한다”며 반발했지만 박 행장이 설득에 나서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통폐합 점포는 101개에서 90개로 줄었다.

지난 7월 서울 올림픽훼미리지점, 역삼동지점 등을 시작으로 한 점포 통폐합 작업은 9월 경기 의정부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900여 명의 직원이 지점을 옮겼지만 근무지 이동과 관련한 직원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방 거점 점포는 그대로 두고 가급적 가까운 곳에 직원들을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고객 혼란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고객의 이탈을 우려해 디지털 영업을 적극 강화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월 간편함을 극대화한 ‘씨티 뉴 인터넷뱅킹’을 출시하고, 자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인 ‘씨티모바일’을 지속적으로 개편하면서 비(非)대면 영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직장인 대출 금리는 업계 최저 수준인 연 3% 초반(29일 온라인상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치 자산이 2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을 위한 WM 영업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부족한 점포로 인한 대출 고객의 불편을 막기 위해 ‘찾아가는 영업’에 초점을 둔 여신영업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김민권 한국씨티은행 디지털뱅킹본부장은 “내년에는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웹사이트와 앱으로 고객 만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