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중인' 권오갑 부회장이 주고 간 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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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간 '월급 0원'…임기 마지막 날엔 임단협 타결까지
500여명에 공구세트
"고장난 현대중공업, 고치고 조여라"
취임후 월급 반납 무보수로 일해
이코노미석 출장, 비서진도 줄여
구조조정 지휘하며 솔선수범
현대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자
내년 일감부족으로 절박한 한해
위기 극복해 1위 명성 되찾아야
1월 지주사로 옮겨 그룹 총괄
500여명에 공구세트
"고장난 현대중공업, 고치고 조여라"
취임후 월급 반납 무보수로 일해
이코노미석 출장, 비서진도 줄여
구조조정 지휘하며 솔선수범
현대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자
내년 일감부족으로 절박한 한해
위기 극복해 1위 명성 되찾아야
1월 지주사로 옮겨 그룹 총괄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이라는 ‘현대정신’을 되새기고 하나로 힘을 모읍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29일 물러나면서 내놓은 담화문에서 “이제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이같이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새해부터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하지만 그는 담화문에서 “지난 40여 년처럼 앞으로도 ‘현중인(現重人)’으로 살겠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3년2개월간 월급 없는 CEO로
권 부회장은 2014년 9월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3년4개월간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했다. 취임 두 달을 제외한 38개월간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권 부회장이 이날 낸 담화문에는 회사를 완생(完生)시키지 못하고 떠나는 CEO의 회한과 위기 극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는 애정어린 당부가 녹아 있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1983년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조선 세계 1위에 오른 1983년을 떠올렸다”며 “세계 1위라는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1983년 당시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보다 매출, 영업이익이 앞선 국내 1위 기업이었다”며 “우리의 안일함으로 뿌리 내린 불합리한 결정, 잘못된 관행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자책했다. 이어 “오직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편한 길 대신 어렵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왔다”며 “선배들이 땀과 노력으로 이뤄낸 수많은 자산을 매각하고 주식과 부동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도 과감히 정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3조5000억원의 자구안을 2년 만에 조기 달성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3500여 명의 인력도 감축했다. 잘못된 사내 관행을 고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고강도 개혁도 추진했다.
본인도 고통 분담에 동참했다. 그는 “나부터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모든 특전도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해외 선주를 만나러 갈 때도 항공기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했고 본인 차량도 에쿠스에서 한 단계 낮은 제네시스로 바꿨다. 울산 본사 내 임원 전용식당도 없애고 비서진도 줄였다. 그의 솔선수범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회사가 어려워졌는데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다면 누가 구조조정에 따라 주겠느냐는 것이다. 지주사 인력도 당초 180여 명이 배정됐지만 권 부회장이 “계열사 인력을 빼오면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며 40여 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에게 자비로 공구세트 선물
권 부회장은 이날 부장급 이상 임직원 500여 명에게 자비를 들여 공구세트(사진)를 선물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지난 3년간 고장 난 현대중공업 시스템을 고치는 데 주력했듯이 후배들도 개혁 작업을 계속해달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전했다.
담화문에서도 “구조조정 고삐를 죄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부문은 수년간 수주 부진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내년이 유례없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해양, 플랜트사업은 생산 물량이 없어 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6월 이후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어 15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 주자가 낮은 임금의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일감을 뺏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2016년과 2017년 2년치 임금을 동결하는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5월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권 부회장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노사 임단협 합의가 성사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권 부회장은 울산 본사 정문에서 퇴근하는 현장 직원과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권 부회장은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내년 한 해 어려움만 이겨내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안대규/울산=하인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29일 물러나면서 내놓은 담화문에서 “이제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이같이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새해부터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하지만 그는 담화문에서 “지난 40여 년처럼 앞으로도 ‘현중인(現重人)’으로 살겠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3년2개월간 월급 없는 CEO로
권 부회장은 2014년 9월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3년4개월간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했다. 취임 두 달을 제외한 38개월간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권 부회장이 이날 낸 담화문에는 회사를 완생(完生)시키지 못하고 떠나는 CEO의 회한과 위기 극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는 애정어린 당부가 녹아 있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1983년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조선 세계 1위에 오른 1983년을 떠올렸다”며 “세계 1위라는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1983년 당시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보다 매출, 영업이익이 앞선 국내 1위 기업이었다”며 “우리의 안일함으로 뿌리 내린 불합리한 결정, 잘못된 관행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자책했다. 이어 “오직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편한 길 대신 어렵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왔다”며 “선배들이 땀과 노력으로 이뤄낸 수많은 자산을 매각하고 주식과 부동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도 과감히 정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3조5000억원의 자구안을 2년 만에 조기 달성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3500여 명의 인력도 감축했다. 잘못된 사내 관행을 고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고강도 개혁도 추진했다.
본인도 고통 분담에 동참했다. 그는 “나부터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모든 특전도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해외 선주를 만나러 갈 때도 항공기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했고 본인 차량도 에쿠스에서 한 단계 낮은 제네시스로 바꿨다. 울산 본사 내 임원 전용식당도 없애고 비서진도 줄였다. 그의 솔선수범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회사가 어려워졌는데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다면 누가 구조조정에 따라 주겠느냐는 것이다. 지주사 인력도 당초 180여 명이 배정됐지만 권 부회장이 “계열사 인력을 빼오면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며 40여 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에게 자비로 공구세트 선물
권 부회장은 이날 부장급 이상 임직원 500여 명에게 자비를 들여 공구세트(사진)를 선물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지난 3년간 고장 난 현대중공업 시스템을 고치는 데 주력했듯이 후배들도 개혁 작업을 계속해달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전했다.
담화문에서도 “구조조정 고삐를 죄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부문은 수년간 수주 부진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내년이 유례없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해양, 플랜트사업은 생산 물량이 없어 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6월 이후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어 15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 주자가 낮은 임금의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일감을 뺏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2016년과 2017년 2년치 임금을 동결하는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5월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권 부회장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노사 임단협 합의가 성사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권 부회장은 울산 본사 정문에서 퇴근하는 현장 직원과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권 부회장은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내년 한 해 어려움만 이겨내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안대규/울산=하인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