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주택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입주’다. 올 한 해 입주물량이 44만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분당·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가 조성된 1991년 이후 최대 물량인 만큼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지방과 수도권 남부지역에서는 세입자 구하기, 해약 사태 방지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도약 2018 부동산 시장] 무술년 44만여가구 '집들이' 사상 최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44만999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주택시장에 호황이 시작된 2015년을 전후해 공급된 아파트가 준공시기를 맞으면서 입주량이 지난해(38만572가구)보다 약 15.8% 늘어났다. 당장 이달에만 4만306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월 입주물량(2만3625가구)보다 82% 많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21만9544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약 74%인 16만2673가구가 경기 지역에 몰렸다. 2015년 택지지구와 신도시 곳곳에서 공급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지난해 입주물량(2만7380가구)보다 27% 증가한 3만4925가구가 주인을 맞는다. 인천에선 2만194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도 입주물량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지방 5대 광역시에선 모두 5만6521가구가 입주한다. 부산(2만2902가구)과 대구(1만2710가구) 입주물량이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광주에서는 5961가구가 입주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기타 지역에서는 경남(4만875가구)과 경북(2만5267가구)의 입주물량이 많다. 세종시에선 1만4002가구가 주인을 맞는다.

입주물량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단기간에 늘어나면서 ‘소화불량’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규 주택 공급이 집중돼 주변 집값과 전셋값이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수요자에게는 지역을 잘 따지면 좋은 조건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08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선 1만5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1년간 전셋값이 18.3% 급락하는 등 ‘역전세난’이 일어났다. 전세가가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보증금 상환 부담으로 인한 급매물이 대거 나오기도 한다.

주택업계에서는 입주 리스크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입주 때 가격이 분양금을 밑돌면 계약을 포기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팀장은 “서울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요 자체가 제한적인데도 입주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일부 건설사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