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인상 신중 판단… 올해가 경제 체질개선 기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올 상반기 중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총재는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장기화가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 불균형의 누적이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월30일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한 뒤 보인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데다 경기 회복세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는 만큼 올 1, 2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한국 경제에 대해선 “주요국과 통상 환경 악화, 북한 리스크 증대 등 악재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가 점차 강화됐다”며 “그동안 한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해 온 데도 힘입은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북한 리스크, 저출산과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세가 회복되고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이 개혁 추진의 적기”라며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들이 협력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가상화폐 거래 대응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정부의 주택시장·가계부채 안정 노력에 힘입어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상통화 거래가 금융 안정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