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천간은 무(戊)이고 지지는 술(戌)이다. 무술의 무(戊)는 양토(陽土)이고, 다섯 번째 천간으로서 중앙에 자리하며 크고 높은 산, 성곽, 황색, 만물의 무성함, 중화(中和), 중재자, 조절 능력, 포용력, 믿음과 신용, 극단적인 보수 등을 상징한다. 무토(戊土)는 천간 가운데 가장 완고하고 중후하며 정적(靜的)인 체성(體性)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 중심을 잡는 힘이 매우 강하다. 무는 원래 형벌이나 전쟁에 사용하는 반달 모양의 넓은 칼날이 달린 도끼를 본뜬 글자였다. 이로부터 ‘죽인다’ ‘집행한다’ ‘저지르다’의 뜻도 갖게 됐다고 한다.

열두 띠 동물 중 ‘개의 신(戌神)’을 그린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열두 띠 동물 중 ‘개의 신(戌神)’을 그린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이렇게 이해한다면 2018년 국운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게 전개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도 검토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해법을 고려할 때 이 점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1898년 동학 교주 최시형이 혹세무민의 죄로 사형당한 일이나, 1958년 주한미군 핵무기 도입을 정식 발표한 일은 여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8년의 지지인 술(戌)은 양토(陽土)·조토(燥土)로서 불타는 평원(燒原·요원)이며 불모의 땅이다. 술(戌)은 천간 무(戊)와 마찬가지로 고대 무기의 일종인 큰 도끼를 가리키는 글자였다고 한다. 이것도 후대로 오면서 본뜻은 없어지고 지지의 명칭으로 가차돼 사용되면서 ‘소멸한다’ ‘죽인다’의 뜻을 갖게 됐다. 술토(戌土)가 상징하는 것은 화고(火庫), 사막, 무기고, 화약창고, 전기자동차, 연료탱크, 종교, 사찰, 묘지, 점집 등이다.

이를 통해서 새해 대한민국의 정치 내용이나 수준이 크게 바뀌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혁·혁신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토(土)라는 존재는 변화보다는 자기 세계에 안주하면서 안정을 추구하려는 우직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술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토의 성향이 유감없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압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 또한 무망(無望)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술년은 천간과 지지가 모두 양토가 돼 비견(比肩)이 되는 해이자, 천간의 무토가 지지의 술토라는 감옥에 갇히는 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정부의 제반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토(土)와 관련된 사업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 설비나 영농형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이 그것이다. 부동산중개업, 임대사업, 골동품이나 토산품 판매업, 반도체나 석유 관련 사업, 종교나 역술·무속과 연계된 사업, 전원주택사업, 가상화폐거래소나 장의사 등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술토가 상극하는 일, 즉 토극수(土剋水)는 잘하지만 상생하는 일, 즉 토생금(土生金)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정유년보다 더 경색돼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 또한 악화될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 북·중 접경지에 최대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 캠프를 설치하고 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목판으로 찍은 개 그림.
목판으로 찍은 개 그림.
이와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은 술토(戌土)라는 지지 속에 감춰져 있는 천간인 신금(辛金) 정화(丁火) 무토(戊土) 세 가지 기운이다. 이 셋 중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은 정화다. 국제관계로 보자면 신금은 미국과 유럽, 정화는 일본, 무토는 중국에 해당하는데, 무술년은 지지인 술(戌) 안에 숨어있는 세 개의 천간이 음화(陰火)인 정화로 인해 감옥살이하는 형국을 이루고 있다. 이로써 2018년에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 같다. 한국 또한 이 세 나라와 원만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새해에는 미국이나 중국 및 일본에 어떤 불행한 사태나 변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또한 여기에서 결단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무술년은 천간과 지지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 즉 비견의 해이다. 그 성정은 형제, 친구, 동업자, 경쟁자, 독립성, 주체성, 분리성, 평등성과 같은 것으로 표출된다. 새해에는 지역·종교·세대·남녀·노사·이념·빈부 등의 갈등 내지 양극화와 그 결과로 나타날 각종 시위나 파업 및 점거 농성 등이 나라를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1898년 황국협회가 보부상 수천 명을 불러들여 만민공동회를 습격한 일이나 1958년 ‘반공청년’을 빙자한 테러단이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은 2018년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술년은 개의 해다. 개는 죽음이나 반역, 국가의 패망 등과 같은 불길한 일을 미리 앞당겨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비극적이고 불행한 많은 사건, 예컨대 대형 화재, 가뭄, 지진, 성범죄, 괴질 유행, 저명인사들의 죽음, 핵과 관련된 전쟁, 종교나 예체능과 관련한 범죄, 전문사기단 출현 등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1598년, 흥선대원군이 사망한 1898년, 뇌염이 창궐하고 박태선 신앙촌 장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1958년이 무술년이었다.

그렇다고 2018년이 불행한 일만 생기는 해는 결코 아니다. 사회적 안정이나 평화는 좌·우 양극단을 잘 조절하고 중재하는 술토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토의 특성은 포용하고 중재하는 것, 서로 이질적인 음과 양을 조화시키는 능력이다. 정계의 최대 화두인 협치도 이런 토의 중화 정신에 뿌리를 둬야만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전체를 조망하고 화해와 협력을 상선(上善)의 자리에 놓는 정신 말이다. 이렇게 보면 2018년에는 충청이나 대전에 소속을 둔 정치인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송인창 대전대 명예교수
송인창 대전대 명예교수
국운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운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은 왕운(旺運·왕성한 운수)이다. 주역에 의하면 새해는 향상과 진보·발전을 표상하는 화지진(火地晉)괘에 해당한다. 이 괘는 해가 땅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자신의 밝은 덕성을 닦고 밝힌다는 것이다. 화지진 괘는 향상·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도(正道)를 지키고 너그러워야 하며, 향상·발전하는 상승의 시기에도 자기 수양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8년의 국운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아울러 ‘적폐청산’의 정치적 언사가 ‘중화(中和)’의 세상을 만드는 노력으로 전환되기를 앙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