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경제는 많은 위기론 속에 출발했다.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 불안과 조기 대선 국면의 포퓰리즘 등장 가능성이 위기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이 악재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경제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정부 전망치 3.2%)을 이뤄냈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고, 투자와 소비가 이를 뒷받침한 결과다.

올해 한국 경제도 작년처럼 쉽지 않은 출발선에 섰다는 것이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의 분석이다. 금리 인상, 지방선거, 북핵 위험 등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는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대폭 둔화돼 작년만큼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선제적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힘을 쓰면 올해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제적 구조조정·규제완화·노동 유연화 없인 올 3% 성장 어렵다"
‘금리·선거·북핵’ 3대 위험

경제연구원장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에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대행은 “금리 급등은 가계부채 부실화,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있다”며 “환율 하락으로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대출과 한계기업이 동반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등장할 포퓰리즘 공약이 정책 일관성을 흩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제연구원장들은 우려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여야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대행은 “지방선거로 인해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연구원장들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의 파워게임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

경제연구원장들은 그러나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체질을 개선한다면 오히려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지붕은 맑은 날 고쳐야 한다’는 말처럼 그나마 우호적인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기 전이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말했다.

가장 큰 과제로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꼽았다. 김용성 원장대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을 정리함으로써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면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기업 주도의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주요 과제로 꼽은 경제연구원장도 많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때문에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57곳은 한국에 오면 사업을 못 한다”며 “과감한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준동 원장대행은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진입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이 기업의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임도원/오형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