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무술년 글로벌 증시 '골디락스'보다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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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 예상되는 세계 증시
지나친 낙관·비관론 경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지나친 낙관·비관론 경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무술년, 새해다. 연초에 모든 경제주체는 올해 경제 전망을 토대로 각종 계획을 짠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올해는 추세적인 변곡점 등과 같은 ‘큰 변화(big change)’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경제주체별로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인플레 갭’으로 전환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실제 성장률(혹은 전망치)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것이 ‘마이너스’일 때, 후자는 ‘플러스’일 때를 말한다. 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즉 리플레이션은 증시에 호재지만 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한다.
절대오차(전망치-실적치)로 평가한 전망기관별 예측력에서 가장 높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계 경제 잠재 성장률은 3.6% 내외로 GDP 갭을 구하면 +0.1%포인트로 나온다.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가가 증시 등 자산시장에 부담을 준다면 출구전략(통화정책 정상화)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14년 10월 양적완화(QE) 중단, 2015년 12월 금리 인상에 이어 작년 10월부터 보유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매월 국채 매입 한도를 300억유로로 축소한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도 교체된다. 위기 극복의 적임자 역할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터 Fed 의장직은 재닛 옐런에서 제롬 파월로 넘어간다. 곧이어 중국 인민은행장도 저우샤오촨에서 궈수칭으로 바뀐다. 3월 말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임기를 끝낸다.
반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3월에 치를 대선에서 장기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째를 맞는다. 이에 따라 경기대책의 우선순위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뀐다.
금리, 환율 등 금융 변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Fed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 가치는 ‘강세’보다 ‘약세’를 나타냈다. 정책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 매각이 본격 추진되면 시장금리가 올라(자산 매각→채권 공급 증가→채권값 하락→채권금리 상승) 달러 가치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가치가 회복하더라도 달러에 투자할 만큼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나온 지 햇수로 3년째다. 2년 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는 기존 산업분류(콜린 클라이크 방식)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다줄 세계 경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 말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 경제를 ‘골디락스’라 불렀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이 주도함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가더라도 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정착하는 시기에 ‘유토피아(utopia=ou(없는)+topos(장소))’ 국면이 나타날지 관심사다. 증시 측면에서는 가본 ‘골디락스’보다 가보지 않은 ‘유토피아’가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각종 의사결정과 자산관리에서 종전 ‘히포(HIIPO)’보다 ‘긱(Geek)’ 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포란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 paid person’s opinion)을 줄인 말로 최고경영자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뜻한다. 반면 긱이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근거한 의사결정 방식을 말한다.
올해는 화폐개혁 논의가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가격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외면만 하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문제가 검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해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이다. 특히 중국 사드 배치 보복과 같은 ‘꼬리 위험(tail risk)’에 어떻게 잘 대처해 나가느냐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생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해보다 새로운 변화에 빨리 적응해 나가면서 위험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가장 큰 변화는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인플레 갭’으로 전환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실제 성장률(혹은 전망치)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것이 ‘마이너스’일 때, 후자는 ‘플러스’일 때를 말한다. 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즉 리플레이션은 증시에 호재지만 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한다.
절대오차(전망치-실적치)로 평가한 전망기관별 예측력에서 가장 높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계 경제 잠재 성장률은 3.6% 내외로 GDP 갭을 구하면 +0.1%포인트로 나온다.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가가 증시 등 자산시장에 부담을 준다면 출구전략(통화정책 정상화)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14년 10월 양적완화(QE) 중단, 2015년 12월 금리 인상에 이어 작년 10월부터 보유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매월 국채 매입 한도를 300억유로로 축소한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도 교체된다. 위기 극복의 적임자 역할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터 Fed 의장직은 재닛 옐런에서 제롬 파월로 넘어간다. 곧이어 중국 인민은행장도 저우샤오촨에서 궈수칭으로 바뀐다. 3월 말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임기를 끝낸다.
반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3월에 치를 대선에서 장기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째를 맞는다. 이에 따라 경기대책의 우선순위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뀐다.
금리, 환율 등 금융 변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Fed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 가치는 ‘강세’보다 ‘약세’를 나타냈다. 정책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 매각이 본격 추진되면 시장금리가 올라(자산 매각→채권 공급 증가→채권값 하락→채권금리 상승) 달러 가치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가치가 회복하더라도 달러에 투자할 만큼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나온 지 햇수로 3년째다. 2년 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는 기존 산업분류(콜린 클라이크 방식)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다줄 세계 경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 말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 경제를 ‘골디락스’라 불렀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이 주도함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가더라도 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정착하는 시기에 ‘유토피아(utopia=ou(없는)+topos(장소))’ 국면이 나타날지 관심사다. 증시 측면에서는 가본 ‘골디락스’보다 가보지 않은 ‘유토피아’가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각종 의사결정과 자산관리에서 종전 ‘히포(HIIPO)’보다 ‘긱(Geek)’ 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포란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 paid person’s opinion)을 줄인 말로 최고경영자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뜻한다. 반면 긱이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근거한 의사결정 방식을 말한다.
올해는 화폐개혁 논의가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가격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외면만 하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문제가 검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해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이다. 특히 중국 사드 배치 보복과 같은 ‘꼬리 위험(tail risk)’에 어떻게 잘 대처해 나가느냐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생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해보다 새로운 변화에 빨리 적응해 나가면서 위험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