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1872년 센강 북쪽 르아브르 해변에 있는 호텔 객실 창가에 이젤을 세우고 그린 ‘인상-일출’은 그가 가진 ‘빛은 곧 색채’라는 원칙을 감칠맛 나게 녹여낸 수작이다. 해가 막 떠오른 이른 아침의 짙은 안개 사이로 돛단배와 기중기, 건물 실루엣이 아련히 드러난 모습을 통해 자연과 빛의 관계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일출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풍경의 순간적인 인상을 거칠게 붓질한 게 흥미롭다. 동양화에서 자주 쓰는 부감법(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을 채택한 것도 돋보인다.
자유분방한 붓 터치 몇 번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면서 미술비평가 루이 르로이는 당시 “덜 된 벽지도 이 그림보다는 완성도가 있겠다”며 “그림에 완성된 작품은 없고 제목 그대로 인상만 있으니 ‘인상’이라고 불러주겠다”고 악평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모네는 야유 섞인 제목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 그림은 인상주의 화풍의 효시가 됐다. 일상의 일출에서 도전적인 전환점을 모색한 모네처럼 새해 일출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