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개띠 골퍼' 전인지 "새 후원사 KB금융 '천군만마'… 성장통 끝냈으니 훨훨 날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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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8! (5)
지난해 LPGA 준우승만 5번
우승 못했지만 꾸준했던 한해
허리 아파서 드라이버 달래쳐
통증 사라져 줄어든 거리 회복
시행착오 끝에 '효율스윙' 완성
지난해 LPGA 준우승만 5번
우승 못했지만 꾸준했던 한해
허리 아파서 드라이버 달래쳐
통증 사라져 줄어든 거리 회복
시행착오 끝에 '효율스윙' 완성
‘플라잉 덤보’ 전인지(24·KB금융그룹·사진)는 얼마 전 ‘새 식구’를 맞았다. 푸들 강아지 ‘단지’다. 꿀단지 보물단지라는 뜻으로 직접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12월29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에서 만난 그는 “2017년은 정말 빨리 훅 지나갔다”며 “새 식구 단지와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2018년 황금개띠 해를 맞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생 개띠다.
“준우승 다섯 번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
3일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연말을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빈 모자’를 쓴 지 1년여 만에 새로운 후원사(KB금융그룹)를 찾았고, 스윙 교정을 시작했으며, 아버지의 생일축하 제주도 여행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전인지는 2016년부터 매년 1억원씩을 기부해 대학생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당신의 골프에서 희망을 본다’며 편지를 보내온 한 소아암 환자 소녀 팬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팬은 그에게 ‘골프를 하는 이유’이자 일상이다.
“얼마 전 필리핀 팬이 보내준 세계 각국의 건축양식에 관한 책에 재미를 들이고 있어요. 며칠 전부터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에 푹 빠져 기사도 많이 찾아보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매년 1승 이상을 수확했다. 2013년 1승, 2014년 3승을 기록했고 미국 진출 직전 시즌인 2015년에는 국내 대회 5승과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이란 위업을 쌓았다. 미국 진출 첫 시즌인 2016년에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역대 메이저 최소타 기록으로 제패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최저평균타수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부모님 없이 혼자 시작한 현지생활도 적응을 마쳤다. ‘얼굴에 철판 깔고 익힌’ 영어도 제법 능숙해졌다. 동갑내기인 가비 로페즈(멕시코) 같은 절친과 함께 요리를 하거나 낚시를 다니며 어울린 덕에 영어 울렁증도 사라졌다. 전인지는 “친구들에게 불고기 미역국 같은 한식을 해주면 너무 좋아해 뿌듯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쉬운 건 우승이 없었다는 점이다. 준우승만 다섯 번 했다.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두려움이나 자책은 없었다”며 “솔직히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의외의 답을 내놨다.
“완벽한 골프를 하고 싶은 욕심과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마음과의 싸움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했습니다. 가시가 돋친 상태다 보니 부모님은 물론이고 코치, 매니저 등 주변 분들을 너무 힘들게 했고요. 그런 와중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버텨낸 게 지금 돌아봐도 대견하다 싶어요.”
우승이 없다뿐이지 ‘꾸준했던’ 한 해였다. 120만달러 넘게 상금을 벌어 상금 순위 11위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5위다. 샷 지표도 괜찮다. 평균 타수가 69.41로 3위. 그린 적중률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77.04%로 4위다.
올핸 ‘행복골프’에 올인
전인지는 늘 웃는다. 샷이 실패해도, 아쉽게 준우승을 해도 그렇다. 팬 누구에게든 가능한 한 눈을 맞추며 인사하려 한다. 캐디에게 클럽을 줄 때도 늘 두 손이다. 어려서부터 들인 습관. 하지만 이를 ‘가식’이라며 싫어하는 안티팬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다. 그래서 한때 ‘화도 내보고, 얼굴도 찡그려보고 클럽도 한 번쯤 내동댕이쳐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만뒀다. “그게 더 부자연스럽고 연기하는 것 같아서, 그냥 다시 돌아왔습니다. 거짓이 아니라면 내 진짜 모습 그대로가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7년은 그래서 그에게 ‘예행연습’ 같은 해였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성장통 같은 한 해였다는 것이다. 그는 “높이 올라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법을 조금은 알았다고나 할까. 정신력이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2018년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또 있다. 프로 데뷔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그를 괴롭히던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어깨 부상으로, 2016년 시즌엔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달래가며 치다 보니 ‘장타소녀’ 소리를 듣던 드라이버 비거리도 250야드대로 쪼그라들었다.
“통증이 있을 때는 정확도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리를 좀 더 늘릴 수 있는 정도까지 몸 상태가 회복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스윙 교정도 완성 단계에 올라왔다. 힘의 낭비가 심하던 스윙을 ‘효율 스윙’으로 바꾸는 일이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골프는 어떻게 보면 바람둥이 남자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가가면 어디론가 도망가 있고,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다가와 있는 그런 거 있죠. 하하!”
그래서 그는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합한 ‘확률 골프’로 승부할 생각이다. 공격 골프, 수비 골프 등의 프레임에 자신의 골프를 가둬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과 팬들이 모두 행복한 골프’는 그의 생애 목표다. 롤 모델은 아널드 파머(2016년 작고)다.
“실력과 인격을 갖췄으면서도 모두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주위의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골프장 밖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2018 시즌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좋은 골프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성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준우승 다섯 번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
3일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연말을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빈 모자’를 쓴 지 1년여 만에 새로운 후원사(KB금융그룹)를 찾았고, 스윙 교정을 시작했으며, 아버지의 생일축하 제주도 여행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전인지는 2016년부터 매년 1억원씩을 기부해 대학생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당신의 골프에서 희망을 본다’며 편지를 보내온 한 소아암 환자 소녀 팬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팬은 그에게 ‘골프를 하는 이유’이자 일상이다.
“얼마 전 필리핀 팬이 보내준 세계 각국의 건축양식에 관한 책에 재미를 들이고 있어요. 며칠 전부터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에 푹 빠져 기사도 많이 찾아보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매년 1승 이상을 수확했다. 2013년 1승, 2014년 3승을 기록했고 미국 진출 직전 시즌인 2015년에는 국내 대회 5승과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이란 위업을 쌓았다. 미국 진출 첫 시즌인 2016년에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역대 메이저 최소타 기록으로 제패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최저평균타수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부모님 없이 혼자 시작한 현지생활도 적응을 마쳤다. ‘얼굴에 철판 깔고 익힌’ 영어도 제법 능숙해졌다. 동갑내기인 가비 로페즈(멕시코) 같은 절친과 함께 요리를 하거나 낚시를 다니며 어울린 덕에 영어 울렁증도 사라졌다. 전인지는 “친구들에게 불고기 미역국 같은 한식을 해주면 너무 좋아해 뿌듯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쉬운 건 우승이 없었다는 점이다. 준우승만 다섯 번 했다.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두려움이나 자책은 없었다”며 “솔직히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의외의 답을 내놨다.
“완벽한 골프를 하고 싶은 욕심과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마음과의 싸움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했습니다. 가시가 돋친 상태다 보니 부모님은 물론이고 코치, 매니저 등 주변 분들을 너무 힘들게 했고요. 그런 와중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버텨낸 게 지금 돌아봐도 대견하다 싶어요.”
우승이 없다뿐이지 ‘꾸준했던’ 한 해였다. 120만달러 넘게 상금을 벌어 상금 순위 11위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5위다. 샷 지표도 괜찮다. 평균 타수가 69.41로 3위. 그린 적중률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77.04%로 4위다.
올핸 ‘행복골프’에 올인
전인지는 늘 웃는다. 샷이 실패해도, 아쉽게 준우승을 해도 그렇다. 팬 누구에게든 가능한 한 눈을 맞추며 인사하려 한다. 캐디에게 클럽을 줄 때도 늘 두 손이다. 어려서부터 들인 습관. 하지만 이를 ‘가식’이라며 싫어하는 안티팬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다. 그래서 한때 ‘화도 내보고, 얼굴도 찡그려보고 클럽도 한 번쯤 내동댕이쳐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만뒀다. “그게 더 부자연스럽고 연기하는 것 같아서, 그냥 다시 돌아왔습니다. 거짓이 아니라면 내 진짜 모습 그대로가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7년은 그래서 그에게 ‘예행연습’ 같은 해였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성장통 같은 한 해였다는 것이다. 그는 “높이 올라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법을 조금은 알았다고나 할까. 정신력이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2018년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또 있다. 프로 데뷔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그를 괴롭히던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어깨 부상으로, 2016년 시즌엔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달래가며 치다 보니 ‘장타소녀’ 소리를 듣던 드라이버 비거리도 250야드대로 쪼그라들었다.
“통증이 있을 때는 정확도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리를 좀 더 늘릴 수 있는 정도까지 몸 상태가 회복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스윙 교정도 완성 단계에 올라왔다. 힘의 낭비가 심하던 스윙을 ‘효율 스윙’으로 바꾸는 일이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골프는 어떻게 보면 바람둥이 남자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가가면 어디론가 도망가 있고,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다가와 있는 그런 거 있죠. 하하!”
그래서 그는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합한 ‘확률 골프’로 승부할 생각이다. 공격 골프, 수비 골프 등의 프레임에 자신의 골프를 가둬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과 팬들이 모두 행복한 골프’는 그의 생애 목표다. 롤 모델은 아널드 파머(2016년 작고)다.
“실력과 인격을 갖췄으면서도 모두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주위의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골프장 밖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2018 시즌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좋은 골프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성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