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지수는 6년간의 박스권(1800~2200)을 탈출해 사상 최고 기록(11월2일 장중 2561.63)을 세웠다. 금융투자협회 직원들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 앞 황소상에서 강세장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불꽃 막대를 흔들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6년간의 박스권(1800~2200)을 탈출해 사상 최고 기록(11월2일 장중 2561.63)을 세웠다. 금융투자협회 직원들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 앞 황소상에서 강세장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불꽃 막대를 흔들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작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펼친 한국 증시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상반기에 상승, 하반기에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며 상반기에 상승 흐름을 타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가 증가하면서 하반기엔 조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가 올해도 작년과 같이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장품 게임 등 중국 관련 소비주도 주목받고 있다.
[대도약 2018 새해 증시 전망] 반도체·IT가 이끄는 '황소의 진격' 계속될까
◆유가증권시장 순이익 12% 증가 예상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250~310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는 긍정론이 많다. 코스피지수 3000 돌파 여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코스피지수의 최고점을 3000 이상이라 본 곳이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3곳, 그 미만으로 본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등 5곳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별다른 재료 없이도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할 것이란 긍정론을 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이익 증가율을 10%로 가정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회복만으로 3000대가 가능하다”며 “현재 8.8배인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204개사 기준)의 순이익은 작년 추정치보다 11.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상승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축소하는 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지수는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도주는 여전히 IT”

작년 국내 증시를 이끈 반도체·IT 업종이 올해도 증시를 견인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IT 활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IT 하드웨어,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작년 대비) 전망치는 각각 64.96%, 20.90%다.

중국 관련 소비주도 올해 유망 업종으로 꼽힌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화장품 음식료 게임 등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실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조선 등 지난해 부진했던 업종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중국·미국 판매가 부진했던 자동차주는 올해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선주는 2분기부터 수주가 늘어나면서 하반기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 센터장은 “조선주의 계속되는 증자 공시는 신규 투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업황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고하저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 해외 통화정책은 올 증시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Fed는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연 1.00~1.25%에서 연 1.25~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Fed는 올해도 연 2~3회 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센터장은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증권사는 올해 증시 흐름을 상고하저로 예상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하반기에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며 “다만 급격한 조정보다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