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이성자·한묵… 새해 미술시장 테마주는 추상화
김환기를 비롯해 단색화가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천경자는 국내 미술시장을 이끄는 ‘5두마차’로 불린다. 지난해 이들의 경매 낙찰액은 555억원으로 전체 낙찰총액(1890억원)의 29.3%를 차지하며 미술품 거래를 주도했다. 2013년 이전만 해도 10% 수준에 머문 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액수이자 비중이다.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의 ‘사자’ 열풍으로 낙찰률도 전체 평균 낙찰률(65.3%)보다 7.8%포인트 높은 73.1%를 기록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새해 국내 미술시장도 김환기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단색화 스펙트럼 확장 △저평가된 추상화 및 리얼리즘(민중미술) 다시보기 △유명 외국작가 작품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이 테마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금리 인상, 유가 상승세,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도 미술시장에서는 단색화와 추상화, 해외 작가 전시회가 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주면서 가격 상승의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유영국·이성자·한묵… 새해 미술시장 테마주는 추상화
◆슈퍼 테마주 ‘김환기’

2015년부터 미술시장에 불어닥친 김환기 열풍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김환기 작품은 서울과 홍콩 경매시장에서 점화 ‘고요(Tranquillity) 5-IV-73 #310’, 1964년 작 ‘모닝스타’ 등이 30억~60억원대에 거래되며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톱6’를 꿰찼다. 낙찰액도 전체 경매시장의 24%를 점유한 253억원(낙찰률 76.5%)을 기록해 국민화가 박수근, 이중섭을 제치고 미술시장의 ‘황제주’로 떠올랐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김환기 작품이 올해에도 경매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1970년대 점화는 물론 1950~1960년대 구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김환기 작품이 경매 최고가 기록인 65억5000만원을 넘어 100억원을 찍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김환기와 단색화의 작품값 상승세 영향으로 올해는 한국 추상화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명 화랑과 미술관들이 단색화가와 추상화가를 끌어들여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성자와 단색화가 윤형근의 회고전을 열어 이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국제갤러리는 자연 풍광을 색면추상으로 담아낸 유영국과 단색화가 김용익의 작품전을 펼친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오는 4월 국내 추상미술 1세대로 최고령 화가 김병기, PKM갤러리는 전광영을 등판시켜 애호가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아라리오(서승원), 선화랑(이정지), 리안갤러리(한국 후기 단색화), 청작화랑(함섭)도 추상화가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리얼리즘 화풍도 부상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리얼리즘이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적 성향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매시장에서도 오윤, 강요배, 황재형, 임옥상 등 일부 작가의 작품값이 애호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인 지향과 메시지가 ‘격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돼온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학고재화랑은 단색화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을 리얼리즘 작가(강요배, 윤석남, 이종구, 박불똥)에게 초점을 맞추고 시장을 두드려볼 예정이다. 가나아트센터도 오는 28일까지 강원 태백 탄광촌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화폭에 담아온 황재형 씨의 신작을 내보인다.

해외 작가 작품들도 여전히 인기를 끌 전망이다. 화랑과 미술관들은 해외 유명작가 작품에 대한 수요층과 관람층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작가들의 전시 라인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현대는 벨기에 신개념주의 작가 빔 델보예와 칠레 출신 이반 나바로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국제갤러리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과 로니 혼,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을 잇달아 열어 ‘큰손’ 컬렉터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마르셀 뒤샹을 비롯해 레바논 미디어 아티스트 아크람 자타리와 체코 영상 작가 하룬 파로키도 소개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