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가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미국 구글, 아마존과 경쟁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모바일브라우저와 검색, 인공지능(AI)과 전자상거래, 모바일과 자율주행자동차 운영체제(OS)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활약이다.
알리바바, 아시아 모바일시장서 급부상… 인도·인도네시아서 구글 제쳤다
일부에선 알리바바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을 넘어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인도, 인도네시아서 구글 제쳐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각각 13억 명, 2억6000만 명으로 많지만 웹을 쓰는 사람은 25~30%에 불과하다. 그만큼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두 나라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두 국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라우저는 알리바바 개발사 유스커지가 개발한 ‘UC브라우저’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웹 분석회사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인도에서 UC브라우저의 점유율은 51%로 구글의 크롬(30%)을 압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41% 대 32%로 앞선다. 글로벌 사용자는 4억3000만 명으로 크롬(10억 명)보다 적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다.

UC브라우저의 장점은 프로그램 용량이 작아 가볍다는 것이다. 검색과 동영상 재생에서 크롬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망 스피드가 느리고 저사양 스마트폰이 많은 나라를 겨냥해 내놓은 것이다. 포털처럼 인기 뉴스, 축구 등 스포츠 경기 스코어를 첫 화면에서 보여준다. UC브라우저를 사용하면 검색도 알리바바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우저를 통해 광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

급해진 구글은 지난해 신흥시장을 겨냥해 앱(응용프로그램) 크기와 데이터양을 줄였다. 첫 화면에 아이콘을 추가해 인기 있는 웹사이트를 곧바로 방문할 수 있게 했다.

알리바바는 구글에 맞서 모바일 OS도 갖추고 있다. 창업자 마윈(馬雲)의 이름을 딴 ‘Yun(윈)’ OS다. 사용자가 4000만 명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이어 세계 3위다. 알리바바는 이를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 스마트TV 등으로 확대했다. 작년 7월 자동차용 OS로도 확장해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인터넷 커넥티드카를 선보였다. 9월 말엔 알리OS로 이름을 바꾸고 대외 개방을 발표했다.

◆아마존과도 치열한 경쟁 중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구글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6년 4월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라자다(싱가포르)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라자다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 온라인 판매 1위 회사다. 아마존이 동남아에 진출할 것이란 루머가 나돌던 때였다. 아마존이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진출을 발표하기 직전 라자다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 82%를 인수했다. 인구 6억 명에 이르는 동남아시장을 놓고 맞붙은 것이다. 알리바바의 견제로 아마존은 싱가포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도 양사 간 전쟁터다. 2013년 아마존이 인도시장에 뛰어들자 알리바바는 2015년 인도 온라인 유통업계 3위 스냅딜과 모바일 결제업계 1위 페이티엠에 잇달아 투자했다. 지난해 아마존이 5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알리바바도 페이티엠 커머스와 협력해 온라인 슈퍼마켓 빅바스켓에 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는 또 아마존, 구글에 맞서 작년 7월 AI스피커 톈먀오징링(天猫精)을 출시했다. 3년간 AI 개발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러시아 등 5개국에 AI 연구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알리바바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늘고 있다.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롭 샌더슨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29일 CNBC 방송에서 “알리바바 시가총액이 2020년 1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보다 먼저 1조달러 고지를 밟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작년 96.3% 올랐다. 아마존과 구글 역시 급등했지만 상승률은 각각 55.9%, 35.5%로 낮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