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5대 그룹 화두
삼성, 초심으로 돌아가 변화
현대차그룹, 미래자동차 선도
LG, 세계최고 제조역량 확보
SK, 껍질을 깨는 딥체인지
롯데, 사회 트렌드 발맞춰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정몽구 회장은 ‘책임경영’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미래기술 혁신이 가속화하고 경쟁은 더욱 심해지면서 자동차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며 “올해는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7%가량 감소한 만큼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껍질을 깨는 방식으로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혁신을 게을리하면 곧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했지만 냉정한 성찰도 필요하다”며 “우리는 기존방식의 경영에 안주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래 생존도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발언을 원고로 읽지 않고 캐주얼 복장에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테드(TED)’ 방식으로 강연했다.
◆총수 부재의 삼성은
구본준 부회장은 ‘근본적 변화’를 들고나왔다. 그는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와 글로벌 경기 악화 가능성 등 정치·경제 환경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익숙했던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 사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혁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확보, 사업방식의 철저한 변화,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등을 올해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SK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궜지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재계는 이날 구 부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여전히 그룹을 통할하고 있지만 실무적 관리는 구 부회장이 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사회 트렌드와 가치 변화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욜로(Yolo)’ 등의 용어가 통용될 정도로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고 예상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이번에 그룹 차원의 신년회를 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영어의 몸이기 때문이다. 계열사별로 열린 시무식에서 삼성전자는 김기남 반도체 부문장(사장)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부문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작년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창조하는 초일류 기술 회사 △지속 성장이 가능한 조직문화 창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도병욱/류시훈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