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법제처에 차명계좌의 과징금 징수와 관련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에 의해 실명 전환하거나 실명확인한 경우에 금융실명법 등에 따른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며 "행정운영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날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논란이 거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삼성그룹에만 적용해서는 안되고 모든 차명계좌에 다 적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선의의 차명계좌 문제 등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실명제 도입 이전의 차명계좌에 대해선 입법·정책적으로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며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여당은 추가 입법 없이도 충분히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마련한 금융혁신 권고안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 '이건희 차명계좌 태스크포스(TF)'의 간사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자체 혁신을 하겠다면서 만든 자문기구의 권고안을 무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법을 또 하라는 건 시간끌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