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고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편의점과 카페 아르바이트 일자리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런 일자리마저 사라지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말로 지옥이 될 겁니다.”(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3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딜레마에 빠진 최저임금, 해법은 없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파장이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고수하면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피해만 커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발제자로 나선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은 상여금, 숙박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팁까지 산입한다”며 “우리도 상여금, 현물 급여, 숙식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98.1%가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고, 그중 86.6%가 30인 미만 영세 소기업에서 근무 중인 점을 고려하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허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을 위해 내세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도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뿐 아니라 역차별 등 실행 과정에서 혼란을 낳아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최저임금 대폭 상향과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으로 “사회안전망의 경계선에 있는 중장년·저학력·저숙련 근로자들부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그리 낮지 않은 상황에서 대폭 인상하면 한계 기업은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동인력을 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