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겨냥한 미국 대테러전의 최일선 동맹으로 여겨졌던 파키스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키스탄 비난 트윗 이후 반미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서 커지는 반미 감정… "미국과의 협력은 끝났다"
이미 샤히드 카칸 아바시 파키스탄 총리가 주재한 국가안보위원회(NSC)가 "파키스탄의 희생을 부정하는 미국 지도부의 최근 언급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지만, 각 부처 장관들은 저마다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역사가 미국을 맹목적으로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잇달아 올렸다.

아시프 장관은 "당신(미국)은 우리 기지로부터 아프간을 향해 5만7천800번 공격했고 당신의 군대는 우리 땅에서 무기와 폭탄을 공급받았으며 수많은 우리 군인과 민간인이 당신이 일으킨 전쟁으로 희생됐다"고 썼다.

그는 "당신의 적을 우리의 적으로 생각해 열성적으로 당신을 위해 봉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가스와 전기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면서 "우리는 경제를 희생하면서 당신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했고, 우리 군대는 모범적으로 싸웠고 끝없는 희생을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만 명에게 비자를 발급한 결과 나라 전역에 미국 민간 군사 기업의 네트워크가 확산했다"면서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니 유감이지만, 우리는 더는 우리 특권을 포기하며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샨 이크발 내무 장관은 같은 날 이슬라마바드 경찰 폭동진압부대 창설 행사 연설에서 "미국의 남아시아 정책은 이 지역에 무기, 마약, 테러, 극단주의, 빈곤을 확산했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파키스탄은 미국의 정책 때문에 벌어진 결과를 극복하고자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크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치른 희생을 조롱한 것이라며 파키스탄에 아프간 난민 수백만 명이 왔는데 미국은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쿠람 다스트기르 칸 국방장관은 BBC 우르두어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원조 중단을 내세워 파키스탄에 지시하는 것은 더는 불가능하다"면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협력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칸 장관은 최근 미국의 파키스탄 비난 배후에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반대하는 인도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파키스탄 군 홍보기구 수장인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성명에서 "만약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해 제재를 한다면, 파키스탄 국민의 열망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새해 첫 트위터에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 달러(약 35조 원)가 넘는 원조를 했으나 그들은 우리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며 거짓말과 기만밖에 준 것이 없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아프간에서 잡으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더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파키스탄서 커지는 반미 감정… "미국과의 협력은 끝났다"
/연합뉴스